2010년 2월 14일 일요일

새는 현존하는 수각류 공룡


새(조류 bird)도 공룡(dinosaur)에 포함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제는 과학자들이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생 조류(modern bird)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와 같은 수각류 공룡(Theropoda; 이하 수각아목 또는 수각류로 씀)이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출처 : http://www.ucmp.berkeley.edu/


공룡이란 조반목(Ornithischia)과 용반목(Saurischia)으로 구성되는 공룡상목(Dinosauria)에 속하는 생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계통발생학적 분류학에서 공룡을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현생조류(modern bird),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 그리고 그 모든 후손"(1)으로 구성된 생물로 정의한다(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 용반목에 속함)와 이구아노돈(Iguanodon; 조반목에 속함)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을 공룡상목(2)으로 두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 정의를 따르면, 새는 공룡상목의 하위 분류계급(category)인 용반목 수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이다. 수각류의 공통 특징은 두 발로 걷고, 발가락이 3개이고, 뼈는 속이 비었고, 차골(furcula 또는 wishbone)이 있으며, 알은 둥지에 낳아 품거나 보호했고, 깃털이 달렸다는 점 등이 있다. 뼈나 둥지 같은 형질은 화석으로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헉슬리(Thomas Henry Huxley;1825-1895) 시절부터 공룡으로부터 새가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긴 했었다.


하지만, 조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깃털은 공룡 화석에서는 잘 남아 있지 않아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웠다.  1861년 이후로 발굴된 시조새(Archaeopteryx)화석에 깃털 자국이 남아 있긴 했지만, 1990년대 중국 랴오닝성(압록강으로 북한과 국경을 이루는 곳)의 이시안층(Yixian Formation; 백악기 전기에 형성)외 인근 지층에서 깃털이 잘 보존된 공룡 화석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심지어 벨로키렙토르(Velociraptor)도 새처럼 깃털이 있었다는 연구(3)가 나오면서 수각류 공룡들, 그 중 특히 코엘루로사우루스(Coelurosaurs)류의 공룡은 보편적으로 깃털 또는 깃털 이전 형태의 털(protofeather)이 있었다는 결론(4)이 도출되었다.

논문(3)을 토대로 재현한 벨로키렙토르


시노사우롭테릭스(Sinosauropteryx)(5), 공자새(Confuciusornis)(6),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7) 등을 비롯해서 랴오닝성에서 출토된 여러 가지 화석은 새와 공룡의 구분을 없애 주었다. (앞으로 압록강 위쪽의 이 지역에서 더 많은 화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며, 이 덕분에 당분간 수각류 공룡 연구는 중국이 압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이들 깃털 공룡을 토대로 깃털의 색과 생김새를 과학적으로 추론해 냄으로써 예술가들의 상상에만 맡겨 놓았던 공룡의 몸 색깔과 형체를 실체에 가깝게 재현해 내기 시작했다. 깃털이 보존된 화석에서 멜라닌소체(melanosome)의 구조를 분석하고 현재의 조류와 비교해 낸 것이다. 시노사우롭테릭스는 과학자들이 털 색깔을 재현해 낸 최초의 공룡(8)이다.  뒤이어 붙은 학명마저 헉슬리를 지지하는 '안치오르니스 헉슬리이'(Anchiornis huxleyi)' 화석의 깃털 색깔을 재현해 냈다(9).

화석(위)과 논문(8)을 토대로 재현(아래)해 낸 시노사우롭테릭스(출처: http://en.wikipedia.org/wiki/Sinosauropteryx)


일상 언어에서 '새'는 현생조류인 '신조류(Neornithes)'만을 말한다. 린네식 분류에서는 여전히 새가 강(class Ave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조류가 아강(subclas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하향 분류법은 현재 화석 증거로 쏟아지는 진화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

계통발생학적으로 새(Aves)는 "시조새(Archaeopteryx lithographica)와 현생 조류의 가장 최근 조상과 그 후손"(10)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해도 "공룡상목 용반목 수각아목"에서 한참 아래 자리 잡고 있으므로, 새는 공룡이다.  그래서 현생조류를 제외해야 할 때에 쓰이는 '비-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나 '비 조류 수각류 공룡(non-avian theropod dinosaur)'라는 표현을 학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고생물학자 대부분이 현존하는 새를 코엘루로사우루스류의 수각류 공룡으로 취급한다. 2000년대에 와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룡연구 때문에 조류의 재분류작업은 당분간 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가 공룡이라는 계통발생학적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완전한 생물종의 분류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멸종된 생물집단들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한데, 그 모두는 서로간은 물론 현존하는 생명세계에까지 관련되어(11)"있기 때문이다.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지금 1만 종에 달하는 공룡을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데 멸종이라니.(끝)




수각류에서 현생조류에 이르는 분지도




<벨로키랍토르와 새>
*출처

1. Benton, Michael J. (2004). "Origin and relationships of Dinosauria". in Weishampel, David B.; Dodson, Peter; and Osmólska, Halszka (eds.). The Dinosauria (2nd ed.).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 7–19.
2. Olshevsky, G. (2000). "An annotated checklist of dinosaur species by continent." Mesozoic Meanderings, 3: 1–157
3. Turner, A.H.; Makovicky, P.J.; Norell, M.A. (2007). "Feather quill knobs in the dinosaur Velociraptor". Science 317 (5845): 1721.(링크)
4. Prum, R., and Brush, A.H. (2002). "The evolutionary origin and diversification of feathers".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 77: 261–295.(링크)
5. Chen, P; Dong, Z and Zhen, S (1998). "An exceptionally well-preserved theropod dinosaur from the Yixian Formation of China". Nature 391 (8): 147-152.(링크)
6. Hou, L.-H.; Zhou, Z.; Martin, L.D. & Feduccia, A. (1995): A beaked bird from the Jurassic of China. Nature 377: 616-618.(링크)
7. Xu, X., Zhou, Z., and Wang, X. (2000). "The smallest known non-avian theropod dinosaur." Nature, 408 (December): 705-708.(링크)
8. Fucheng Zhang, Stuart L. Kearns, Patrick J. Orr, Michael J. Benton, Zhonghe Zhou, Diane Johnson, Xing Xu, and Xiaolin Wang.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Nature, 27 January 2010(링크)
9. Quanguo Li, Ke-Qin Gao, Jakob Vinther, Matthew D. Shawkey, Julia A. Clarke, Liliana D'alba, Qingjin Meng, Derek E. G. Briggs, Long Miao, Richard O. Prum. Plumage Color Patterns of an Extinct Dinosaur. Science, Online February 4, 2010 DOI: 10.1126/science.1186290 (크)
10. Padian, K. (1998) When is a bird is not a bird? Nature, 393: 729-730.(링크)
11. 에른스트 마이어(최재천외 옮김), 『이것이 생물학이다』, 몸과마음, 2002, 230쪽.

2010년 2월 7일 일요일

무신론 버스 광고, 한국 인본주의 운동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아리안 쉐린과 리차드 도킨스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 주최로 한국에서도 무신론 버스 광고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신론 버스 캠페인(Atheist Bus Campaign)은 2008년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영국 작가 아리안 쉐린(Ariane Sherine)이 가디언 블로그에 올린 글(한국어 번역본)을 통해 처음 이 캠페인을 제안했다. 쉐린은 런던에서 ""사람의 아들(人子)이 올 때,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라는 누가복음 18장을 인용한 광고를 붙이고 다니는 버스를 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무신론 광고를 위한 모금 운동을 호소했다. 반응은 좋았다. 몇몇 학자들과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영국인본주의자 협회(British Humanist Association)와 리차드 도킨스 재단이 주도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2009년 1월에 처음으로 버스 광고를 낼 수 있었다. 문구는 이렇다.

아마도 하나님은 없을 것이다. 이제 염려하지 말고 인생을 즐겨라.
"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

이 무신론 버스 광고 캠페인은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미국, 핀란드, 독일, 뉴질랜드 등으로 계속 확산됐다(참고).

이번에 서울에서 실시하는 버스 광고는 동양권에서 최초일 것으로 추측한다. 서울 버스 광고에는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적혀 있다. 영국 버스 광고에서 '아마도(probably)'를 쓴 이유는 종교계의 반발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한다. 서울의 광고는 영국보다 더 부드럽다.

 서울 버스 광고에 대한 반발은 온당치 않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이다. 자유의 보장은 자유로운 비판을 전제로 한다.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종교에 대한 비판도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10.26. 선고 2006도5924 판결 참고). 부당한 행동으로 표현의 자유를 저지하려 하면 더욱더 고립되기 마련이다. 민주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행동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영국의 버스 광고 캠페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규정짓지 마세요 커서 스스로 선택하게 놔두세요.(Please Don't Label Me. Let me grow up and choose for myself.)"라는 광고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신앙 주입 교육을 철폐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번 서울 버스 광고가 영국의 경우처럼 한국에서 현대 문명 운동, 인본주의 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

2010년 2월 3일 수요일

광합성 하는 민달팽이


(출처 : newscientist.com)

조류(algae)를 먹어서,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있다. Elysia chlorotica는 복족류에 속하는 바다 민달팽이(sea slug)로,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한다. 짙은 녹색의 몸통은 나뭇잎 모양이다.

특이하게도,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이 복족류는 몸 속에 엽록체를 지니고 있어 스스로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이 엽록체가 바로 먹이로 먹는 조류로부터 왔다.

어린 바다 민달팽이는 몸이 갈색이다. 부모의 엽록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녹조류에 속하는 해조류(Vaucheria litorea)를 먹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엽록체는 소화되지 않고 바다 민달팽이의 몸속에 차곡차곡 저장되면서 녹색으로 변한다. 엽록체는 민달팽이 내부에서는 분열하지 않는다. 약 2주 동안 먹이를 섭취하면, 광합성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뒤 몇 달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도 민달팽이는 살아갈 수 있다.

엽록체 같은 색소체가 없는 생물이 다른 생물의 색소체를 체내에 들여와서 이용하는 현상을  '색소체탈취'(kleptoplasty  : klepto는 '훔치다'는 의미, plasty는 '색소체'를 의미 )라고 한다.

그런데 엽록체 자체의 DNA에는 광합성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을 번역해내는 유전자가 10% 밖에 없다. 나머지는 식물 또는 해조류의 핵 DNA에서 나온다. 민달팽이 속에 들어간 엽록체는 광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어떻게 얻을까? DNA를 해독해 본 결과, 다른 식물이나 다른 해조류가 아닌, 바로 민달팽이가 먹는 Vaucheria litorea 의 DNA가 민달팽이의 핵 DNA에 통합되어 있었다. 그래서 엽록체는 민달팽이의 몸속에서도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으며 광합성을 지속할 수 있었다.

계통상 관계가 먼 생물의 DNA가 통합되는 현상을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이라고 한다. 단세포 생물 간에는 흔히 보고된 현상이지만 해조류와 민달팽이의 경우 처럼 다세포 생물 사이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먹이인 해조류와 포식자인 민달팽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엽록체의 내부공생(endosymbiosis)이나 다세포 생물 사이에서 먹이 유전자가 포식자로 전달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현상 등은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현상이다. 앞으로 진화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후속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
1. Rumpho ME, Worful JM, Lee J, et al. (November 2008). "From the Cover: Horizontal gene transfer of the algal nuclear gene psbO to the photosynthetic sea slug Elysia chlorotica". Proc. Natl. Acad. Sci. U.S.A. 105 (46): 17867–71(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