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월요일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닥나무'의 황당한 영어 표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금 정창섭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품들이 특이한데, 대게 '닥+숫자'해서 숫자만 다른 제목의 작품이 여러개, '묵고+숫자'해서 숫자만 다른 제목의 작품 여러개 식으로 작품 제목을 달아 놓았다. 작품 옆에는 영어로도 번역된 제목이 붙었다.
 
그 중 이게 도대체 작품 제목을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닥'의 번역어였다. '닥'은 닥나무의 '닥'인데 작품도 닥종이로 만들어졌다. 이 '닥'이라는 작품 제목을 영어로 'Tak'이라고 번역해 놓았다.

▲'닥'을 'Tak'으로(왼쪽), 귀를 Kwi가 아닌 'Returning'으로 번역한 국립현대미술관.(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


번역을 한 것인지, 교통표지판처럼 발음만 옮겨 놓은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제목 뿐만 아니다. 작품설명에서도 '닥나무'를 죄다 'Tak'으로 옮겨 놓았다. 영어에 무식해서 그런지 귀찮아서 그런지 몰라도, 발음만 옮겨 놓았으므로, 번역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작품 '귀'(歸)는 영어로 'Returning'이라고 해 놓았다. '닥' 식으로 하면 '귀'를 'kwi'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감'은 'sympathy'라고 하지 말고 'kyokam'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닥나무는 뽕나무과(Moraceae)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지를 만드는 데 쓴 닥나무는 닥나무속(Broussonetia) 4종 중 닥나무(Broussonetia kazinoki)와 꾸지나무(Broussonetia papyrifera)이다.

그럼 이 '닥나무'는 영어로 뭘까?

▲뽕나무에 열린 오디.(출처: wikipedia/Jean-Pol GRANDMONT)


뽕나무과 식물 중 오디가 탐스럽게 열리는 뽕나무속(Morus) 나무들을 '멀베리(mulberry)'라고 부르고 나무에 달린 열매인 오디는 'mulberrie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닥나무속 식물도 오디가 열리므로, 통상 mulberry라고 부르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종이를 만드는 재료라는 사실이 서양에 전해져 '페이퍼 멀베리(paper mulberry)'라고 부른다(참고: wikipedia: Morus).

나도양의 원작소설을 각색하여 이두용이 감독을 맡고, 이미숙이 주연(조연: 이대근)으로 출연한 1985년 영화 '뽕'의 영어 제목은 'Mulberry'이다(참고: 두산동아백과사전).
이 '뽕'이라는 영화의 영어 제목을 'Ppong'으로 달아 놓았다면 기가 차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닥'은 'Tak'이 아니라 'Paper mulberry'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 아니라 Kukriphyundaemisulkwan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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