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널리 퍼져있는 어느 거대 바이러스(giant virus)는 바이러스 전체 중에서는 두 번째, 해양 바이러스 중에는 최고 많은 유전체를 지녔다.
이 바이러스는 카페테리아 로엔버젠시스(Cafeteria roenbergensis)라는 전세계 바다에서 살며 주로 박테리아를 먹고 사는 단세포 생물내에서 흔히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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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이러스는 숙주의 이름을 따라서 카페테리아 로엔버젠시스 바이러스주 BV-PW1인데 약칭으로 CroV 라고 쓴다.
CroV는 단백질 껍질 직경이 300 나노미터로, 직경 500나노미터짜리 미미바이러스(mimivirus) 다음으로 크다. CroV는 1995년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의 커디스 셔틀(Curtis Suttle)과 그의 동료 랜디 가자(Randy Garza)가 처음 발견했다.
CroV의 유전체는 730,000염기 길이이다. 역시 바이러스 중에서 미미바이러스 다음으로 많다. CroV의 유전자는 544개 인데, 대사에 사용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서열이 포함되어 있다.
바이러스가 이런 유전자를 가진 경우는 매우 희귀한 일인데, 통상 바이러스는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ry)를 다른 생물의 세포에서 탈취하기 때문이다. CroV는 다른 바이러스에서 볼 수 없는 많은 양의 유전자를 운반한다는 점에서 미미바이러스와 닮았다.

미미바이러스.(출처:wikipedia, 저자: Xanthine,이용조건: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2.5 Generic license.)
이것들은 정말로 세포와 바이러스라는 생명체의 경계에서 애매한 존재다.
거대 바이러스류는 유전자를 숙주에서 "훔쳐왔다"고 추정했었다. 그러나 CroV의 다수 유전자는 세포 생명체에서 발견되지 않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 고유의 유전자이다.
놀랍게도 CroV 유전체의 12% 정도가 미미바이러스와 유사하다. 이는 모든 거대 바이러스가 단일 공통조장으로 유래했다는 점을 암시한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진화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20억 년 전, 거대 바이러스가 세균에 갇혔고, 두 형체는 협동관계를 형성하여, 마침내이러스는 진핵세포의 핵이 되어 발전했다는 가설이 나온다.
셔틀의 발견은 바이러스의 진화에 관한 토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Journal referen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007615107
※ 참고
"Giant virus with tiny victims carries a monster genome". New Scientist. 25 October 2010.
"730,000염기" 궁금합니다? 여기서 "염기"는 처음 듣는 길이 단위라서. 좀더쉽게 설명해주세요...
답글삭제@강영석 - 2010/11/03 20:24
답글삭제염기라는 말은 base를 번역한 말입니다. DNA 분자의 구조를 보면, 4가지 염기들이 다양한 순서로 나열되어 있습니다(인터넷에서 DNA 그림 참고 바람).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입니다. 이것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길게 붙어 늘어져 있습니다. 이 염기 하나(한 쌍)를 1base pair(bp)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DNA가 생물의 핵 속(사람 같은 진핵생물의 경우)에 여러 조합으로 죽 늘어져 있는 데,사람은 약 30억쌍이죠. 그래서 이걸 30억 염기 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위의 글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고작 7십3만 염기 길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