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과학 소식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과학 소식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진핵세포의 핵은 바이러스?

바다에 널리 퍼져있는 어느 거대 바이러스(giant virus)는 바이러스 전체 중에서는 두 번째, 해양 바이러스 중에는 최고 많은 유전체를 지녔다.

이 바이러스는 카페테리아 로엔버젠시스(Cafeteria roenbergensis)라는 전세계 바다에서 살며 주로 박테리아를 먹고 사는 단세포 생물내에서 흔히 발견된다.

카페테리아 로엔버젠시스(Cafeteria roenbergensis). 색조류계(Kingdom Chromista)에 속한다.(사진출처=Encyclopedia of Life )


이 바이러스는 숙주의 이름을 따라서 카페테리아 로엔버젠시스 바이러스주 BV-PW1인데 약칭으로 CroV 라고 쓴다.

CroV는 단백질 껍질 직경이 300 나노미터로, 직경 500나노미터짜리 미미바이러스(mimivirus) 다음으로 크다. CroV는 1995년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의 커디스 셔틀(Curtis Suttle)과 그의 동료 랜디 가자(Randy Garza)가 처음 발견했다.

CroV의 유전체는 730,000염기 길이이다. 역시 바이러스 중에서 미미바이러스 다음으로 많다. CroV의 유전자는 544개 인데, 대사에 사용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서열이 포함되어 있다.

바이러스가 이런 유전자를 가진 경우는 매우 희귀한 일인데, 통상 바이러스는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ry)를 다른 생물의 세포에서 탈취하기 때문이다. CroV는 다른 바이러스에서 볼 수 없는 많은 양의 유전자를 운반한다는 점에서 미미바이러스와 닮았다.

미미바이러스.(출처:wikipedia, 저자: Xanthine,이용조건: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2.5 Generic license.)



이것들은 정말로 세포와 바이러스라는 생명체의 경계에서 애매한 존재다.

거대 바이러스류는 유전자를 숙주에서 "훔쳐왔다"고 추정했었다. 그러나 CroV의 다수 유전자는 세포 생명체에서 발견되지 않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 고유의 유전자이다.

놀랍게도 CroV 유전체의 12% 정도가 미미바이러스와 유사하다. 이는 모든 거대 바이러스가 단일 공통조장으로 유래했다는 점을 암시한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진화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20억 년 전, 거대 바이러스가 세균에 갇혔고, 두 형체는 협동관계를 형성하여, 마침내이러스는 진핵세포의 핵이 되어 발전했다는 가설이 나온다.

셔틀의 발견은 바이러스의 진화에 관한 토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Journal referen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1007615107

※ 참고




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O형 혈액의 여성, 임신 잘 안되는 것으로 밝혀져

여성의 혈액형이 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생식의학회(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에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연구에서는 난포자극호르몬(FSH: follicle-stimulating hormone)의 혈중 농도가 임신 가능성의 지표로 쓰였다. FSH가 1리터 당 10단위 이상이면 난소기능저하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나이와 체질량을 보정한 후, 평균연령 35세이고 45세 이하 56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FSH를 측정한 결과,  혈액형이 O형일 경우 FSH 수치가 10 이상인 여성이 다른 혈액형의 여성보다 두 배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의미로 보면, A나 AB형 여성은 이 같이 높을 가능성이 O형에 비해 절반이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기사

"Type O blood may be a fertility barrier". New Scientist. 2010 October 26.

"Blood group can affect fertility, study reveals".The Guardian. 2010 October 25.



2010년 10월 13일 수요일

어린이 미라

기원전 4480년 경, 페루에서 죽은 데트몰트 어린이(Detmold child)라고 부르는 8-10개월 된 아기 미라이다.

최근 X-선을 이용하여 컴퓨터 단층촬영(CT;computed tomography)을 한 결과 심장 기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심장 기형은 폐에 물이 차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폐감염(pulmonary infection)이 일어나서 죽은 것이다.

폐렴(pneumonia) 뿐만 아니라, 머리뼈가 정상적으로 융합되지 않는 뾰족머리증(첨두증; turricephaly)도 발견했다.

CT 촬영 결과 목에 두른 천 속에 작고, 납작하고, 직사각형으로 된 물건도 품고 있었는데, 동물뼈로 만든 부적으로 추정한다.
이 미라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리는 '세계의 미라(Mummies of the World)' 전에서 전시하고 있다.

※참고


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포획-재포획 법으로 개체군 크기 추정하기

포획-재포획이란 개체군의 크기를 알아내기 위해 생태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조사지역에서 연구대상 개체군의 전수조사를 할 수 없을 때 개체군의 크기를 알아내는 데 유용하다.

이 방법은 포획-재포획(capture-recapture), 포획-표식-재포획(capture-mark-recapture), 표식-재포획( mark-recapture), 관찰-재관찰(sight-resight),표식-방사-재포획(mark-release-recapture) 등 여러가지로 부른다.

일반적으로 포획-재포획법은 링컨-피터슨 방법(Lincoln-Petersen method)을 말한다.이 방법은 대상 지역을 두 번 조사하여 개체군의 크기를 추정한다.

먼저 임의로 얼마간의 대상 동물을 포획하고 표식을 한 후에 풀어 준다. 다음에 다시 얼마간의 대상 동물을 포획하여 표식이 붙지 않은 동물의 수와 표식이 붙은 동물의 수를 조사함으로써 개체군의 크기를 추정해 낼 수 있다.

이 방법은 두 번 조사지역을 방문하는 사이에 사망, 출생, 이입, 이주하는 개체가 없다는 가정이 있으므로, 조사 대상 동물에 따라 조사 시간 간격을 잘 조절해야 한다.

전제에 따라 도출되는 개체군의 크기는





N(Number)=총 개체군 크기
M(Mark)=첫 번째 포획하여 표식을 한 동물의 총 수
C(Captured)=두 번째 포획한 동물의 총 수
R(Recaptured)=첫 번째에도 잡히고 두번째에도 잡힌 동물의 수, 즉 두 번째 잡힌 동물 중 표식이 붙은 동물의 수

이다.

공식이 도출되는 이유는 이렇다.

첫 번째 포획이 두 번째 포획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두 번째 표본추출에서 표식이 붙은 동물의 비율, 즉 두 번째 잡은 동물 중 첫번째에도 잡혔고 두 번째에도 다시 잡힌 동물의 비율(R/M)은 전체 개체군에서 두 번째 잡은 동물 수의 비율(C/N)과 같다.

왜냐 하면, 첫 번째 표본 추출하여 돌려 보내면 전체 개체군에 고르게 섞일 것이고,  예를 들어 첫 번째 추출된 표본의 10%를 포획하려면 두 번째 포획에서는 전체 개체군의 10%를 포획해야 하고, 첫 번째 추출된 표본의 절반을 포획하려면 두 번째 포획에서 전체 개체군의 절반을 포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식으로 나타내면


 


이 된다. 'N='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 양변에 NM을 곱해준 후, R로 나누면





이라는 링컨-피터슨 방법의 공식이 도출된다.

 예를 들어 어떤 호수에 사는 거북이 전체 수를 측정하려고 할 때, 첫 번째 포획에서 10마리를 잡아서 등에 페인트칠을 한 후 풀어 줬다. 일주일 후 다시 호수에서 15마리를 포획했는 데, 페인트 칠이 된 5마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때 호수에 사는 전체 거북이 수는





가 된다.

따라서, 호수에는 30마리의 거북이가 산다고 추정한다.

※참고

2010년 10월 10일 일요일

뎅기열 방지 모기, 호주와 베트남에 방사

▲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출처:http://ja.wikipedia.org/wiki/ヤブカ)


뎅기 바이러스(dengue virus) 전염을 차단시키는 박테리아에 감염시킨 모기가 내년에 야생으로 방사될 예정이다.

열대 지역에서 매년 약 1억 명이 뎅기열(dengue fever)에 걸리고, 4만명이 사망한다. 세계적으로 뎅기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지역은 확산되고 있는 데, 지난 주 프랑스는 처음으로 지역에서 뎅기열에 걸린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호주 퀸즈랜드 대학의 스캇 오닐(Scott O'Neil) 팀은 초파리에서 숲모기(Aedes mosquito)로 감염되는 '올바케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는 데, 이 박테리아가 모기의 뎅기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게다가 모기의 수명도 절반으로 줄인다. 이는 중요한데, 오직 늙은 모기만 질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올바케아는 감염된 암모기의 알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방사된 모기들의 후손들 사이에서만 박테리아에 감염된다. 그러나 뎅기 바이러스 없는 후손은 빠르게 우점할 것이다. 올바케아 감염 암모기가 야생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염된 암모기는 감염된 수컷 또는 야생 수컷과 모두 생식을 할 수 있지만, 야생 암컷은 야생 수컷하고만 생식할 수 있다. 세포질 불일치(Cytoplasmic incompatibility) 현상 때문에 올바케아에 감염된 수컷은 감염된 암컷과 교배를 하면 정상적인 수정이 일어나지만, 감염되지 않은 암컷과 교배를 하면 수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케아에 감염된 모기는 호주와 베트남에 방사될 예정이다.

※참고
"Anti-dengue mosquitoes to hit Australia and Vietnam". New Scientist. 8 October 2010.

2010년 10월 4일 월요일

인공수정, 남녀성비를 바꾼다.

▲세포질내정자주입(ICSI).(출처=http://en.wikipedia.org/wiki/File:Icsi.JPG)

인공수정의 방식에 따라 남녀 아기 비율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공수정이 점점 일반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비 불균형은 자칫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마이클 챔프먼( Michael Chapman)은 두 가지 '수정보조술(AFT:assisted fertility treatment)'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신생아 13,368명의 성비를 을 조사했다.

난자 하나를 페트리 접시에 놓고 1000여 마리의 정자를 뿌려 수정시키는 '체외수정(IVF; In Vitro Fertilization)은 남녀 신생아 비율이  53:47로 나왔고, 난자에 직접 정자를 집어넣는 '세포질내정자주입(ICSI; 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은 50:50으로 나왔다. 자연상태의 신생아 남녀 비율은 51.5:48.5이다.

게다가 착상하기 전에 페트리 접시에 배아를 오래 둘 수록, 다시 말해 착상이 늦어질수록 남아의 비율은 극적으로 높아졌다(British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aecology, DOI: 10.1111/j.1471-0528.2010.02731.x).

챔프먼은 수정된 배아를 배양하는 배지(medium)가 성비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측한다.

※참고 : Artificial fertility treatments create a sex bias, New Scientist. 02 October 2010
Magazine issue 2780

2010년 8월 30일 월요일

[스크랩]외래종 꽃매미의 습격, 경계 필요

외래종 꽃매미의 습격, 경계 필요

 

 

 꽃매미 성충. 몸길이는 약 2cm이다. (서울 초안산=직접 촬영)

 

중국산 외래종으로 생태계 피해 우려

 

아열대성 외래곤충 꽃매미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로는 꽃매미가 치악산, 계룡산, 내장산 국립공원에 이미 정착했으며, 나무에 잎마름을 유발하는 등 이미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꽃매미는 1932년 우리나라에 문헌상으로 보고되었으나 이후 발견된 적이 없다가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나타났다. 그 후 2006년 서울 경기지역 도심에 확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 곤충의 생김새에 따라 '주홍날개꽃매미'라 불렀으나 현재 학계에서는 '꽃매미'로 고쳐 부른다.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추정한다.

 

이름 때문에 착각하기 쉽지만, 꽃매미는 매미가 아니다. 매미는 매미과에 속하는 생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꽃매미는 매미과가 아닌 꽃매미과에 속한다. 따라서 매미와 달리 공명판이 없어 울지 않으며, 땅속 생활도 하지 않는다.

  

매미와 달리 땅속 생활을 하지 않아

 

꽃매미는 매년 발생하며 나무줄기 등지에서 알 상태로 겨울을 난다. 올해 1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영하 20도 이하의 추위가 지난 다음 꽃매미 알을 채집해 실험실 조건에서 부화하는 것을 관찰하여 올해도 꽃매미가 대 유행하리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알은 보통 4월 말쯤에 부화한다. 갓 알에서 깨어나면 몸통이 흰색이지만 곧 검은 바탕의 흰 반점으로 덮인 상태로 3번의 허물을 벗고 나면 붉은색 등에 검은 반점을 띈 약충(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애벌레를 일컫는 말)으로 변한다. 한 번 더 허물을 벗으면 성충이 된다.

 

성충은 대략 7월 초부터 활동을 하고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산란한다. 알은 길이가 3mm 정도이며, 주로 나무줄기에다 한 번에 40개 정도 여러 줄을 지어 낳는다. 저온으로 죽을 때까지 성충 한 마리가 낳는 알은 약 400개이다.

 

 

▲ 수액을 빨아먹고 있는 꽃매미 약충 (사진=국립환경과학원.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 II])

 

수액을 빨아 먹어 나무에 피해를 입혀


꽃매미는 약충과 성충 모두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꽃매미는 특히 가죽나무와 포도나무를 좋아한다. 따라서 대 번성할 경우 나무의 집단 고사나 포도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설물 탓에 그을음병이 발생한다. 그을음병은 당을 먹고 자라는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여 과일이 상하게 되는 병으로, 꽃매미 배설물에는 당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배설물이 과일 위에 떨어지면 그을음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농업의 피해뿐만 아니다. 꽃매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나무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연기군 금강 일대 4헥타르의 버드나무 군락에 잎마름이 진행 중이며, 산지와 하천변의 버드나무와 때죽나무를 따라 꽃매미가 확산하고 있다.

 

효과적인 방제는 알 제거

 

현재 효과적인 살충제가 선별되어 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생태계 피해가 우려되고 주변으로 도피한 뒤 다시 날아들 수 있어 좋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알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알을 긁어내어 파괴하거나 열처리하여 부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

 

꽃매미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고, 앞으로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큰 외래종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속적으로 조사와 관찰을 하고 있으며, 올해 과학원이 발간한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 II]에 꽃매미를 수록하여 국민들에게 자세한 사진과 생태를 알리고 있다.

 

전자책자는 환경부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정부 당국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과 방제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때이다.

 

※ 참고자료

 

김종민 외. 2010.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 II. 국립환경과학원.

박지두 외. 2009. 꽃매미(Lycorma delicatula)의 생태 특성 및 약제 살충 효과. 한국응용곤충학회. 48(1):53-57

이정은 외. 2009. 식물에 대한 꽃매미의 섭식행동과 섭식자극.한국응용곤충학회.48(4): 467-477

국립환경과학원 보도자료: "외래종 꽃매미 한국의 추운 기후에서도 지속 출현 우려"

환경부 보도자료: "주요 외래생물의 길잡이 책자 발간"

환경부 보도자료:  "집쥐, 가시상치 등 확산되는 외래종 관리 필요"


스크랩 출처 : 환경부 블로그 초록나래( http://blog.daum.net/mepr_greenwing/7632601)

2010년 8월 29일 일요일

중국매미는 어떻게 꽃매미가 되었을까?


일명 '중국매미'라는 곤충이 요즘 들어 흔히 나타난다. 농가에서는 물론이고 도심 한 복판에도 떼지어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이 곤충은 매미가 아니다. 매미는 매미과 곤충을 일컫는 말인데, 중국매미는 매미과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땅속 생활도 하지 않으며, 공명판이 없어 울지도 않는다.

중국매미의 정식 이름은 꽃매미이고 꽃매미과에 속한다.


그럼 어째서 '꽃매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꽃매미의 학명은 리코르마 델리카툴라(Lycorma delicatula)이다. 1932년 일본 곤충학자 '도이(Doi)'가 우리나라의 꽃매미과 곤충 1종을 발견하고 리코르마류(類)(Lycorma sp.)라고 조선박물학회잡지(조선박물학회)에 발표했다(1). 그러나 나중에 잘못 동정한 것을 깨닫고 리코르마류(Lycorma sp.)를 삭제하고 리모이스 에멜리아노이(Limois emelianov)로 수정했다. 그러나 1975년 발간한 <한국동물명집>(향문사)은 수정된 기록을 보지 못하고 도이의 최초 논문만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꽃매미과 생물은 에멜리아노이(L. emelianov)가 아닌 리코르마 델리카툴라(L.delicatula)가 있다고 인쇄된 채로 출판했다. 이 때 과명이 생물명일 경우 대표하는 한 종에 과 명과 똑같은 이름(즉, 지역명)을 부여하는 관례에 따라, 꽃매미과에 1종밖에 없으므로 학명 리코르마 델리카툴라에다 '꽃매미'라는 우리말 지역명을 붙여 출판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1979년 문교부가 발간한 <한국동식물도감>에는 도이의 논문과 향문사의 <한국동물명집>을 모두 참고하여(도감을 발행하려면 일단 이전의 기록을 모두 모을 것이다.) 꽃매미과에  리코르마 델리카툴라(L.delicatula)와 에멜리아노이(L. emelianov)를 모두 실어놓고, 델리카툴라는 '꽃매미', 에멜리아노이는 '희조꽃매미'라는 우리말 이름을 붙여 놓고 델리카툴라(꽃매미)는 표본도 없고 그동안 채집된 적도 없기 때문에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1990년 곤충학자 경북대 권용정 교수가 델리카툴라(꽃매미)는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에 삭제하고, 꽃매미과 곤충은 에멜리아노이(희조꽃매미) 한 종만 있기 당연히 희조꽃매미가 우리나라 꽃매미과 대표 생물이 되므로 우리말 이름을 '꽃매미'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한국곤충명집(한국응용곤충학회, 한국곤충학회 공저. 1994)에서 에멜리아노이(희조꽃매미)를 '꽃매미'로 고쳤다.

희조꽃매미(출처: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2004년 충남 천안에 이상한 곤충이 나타났다. 동정 결과, 꽃매미과 생물로 확인하여 2006년 한정민 등이 '주홍날개꽃매미'라는 가칭을 붙여 학계에 구두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 디엔에이 바코딩(DNA barcoding) 기법으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리코르마 델리카툴라로 확인되었고, 이를 2008년 한국곤충학회에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명 출판 선취권을 인정(<한국동물명집>(향문사))해서 델리카툴라를 '꽃매미'로 고쳐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논문은 주장한다(2).


이에 따라 델리카툴라는 2004년 처음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추정되지만(그래서 '중국매미'로 부른다.), 기록상으로는 미리 우리말 이름을 얻어 놓고 있었기 때문에 '꽃매미'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꽃매미로 부르던 에멜리아노이는 '희조꽃매미'로 되돌아갔다.


최근 신문 잡지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는 1932년 일본 곤충학자 도이가 처음 꽃매미과 곤충 희조꽃매미(Limois emelianovi Oshanin 1908)와 꽃매미(Lycorma delicatula White, 1845) 2종을 모두 보고했다고 하나 이는 논문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이 기사 저 기사를 참고하였기 때문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 '꽃매미'는 매미인가?


곤충은 분류 계급(계-문-강-목-과-속-종)상 절지동물문 곤충강에 속한다. 곤충강은 날개의 진화를 토대로 고시(한자로 옛 고, 날개 시)아강과 신시아강으로 나눈다. 고시아강에는 잠자리목과 하루살이목이 있고, 나머지 곤충은 신시아강이다. 신시아강에는 내시하강(날개의 원형이 유충때는 몸 안에 있다가 성충 때 나온다. 대부분 유충의 모습은 성충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즉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를 한다.)과 외시하강(날개의 원형이 유충 때부터 있고 대부분 유충의 모습은 성충과 비슷하다. 내시하강 유충과 구분하기 위해 '약충'이라고 한다. 즉 번데기 과정이 없는 불완전변태를 한다.)이 있다.


꽃매미는 신시아강-내시하강-반시목((또는 매미목;Hemiptera, 반(hemi)시(ptera)라는 말은 앞날개가 몸통과 연결된 아래쪽은 딱딱하지만 위로 올라갈 수록 잠자리날개처럼 부드러워져 무당벌래처럼 앞날개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에 속하고 반시목에는 4개의 아목이 있다. 매미아목 (Auchenorrhyncha), 초문아목 (Coleorrhyncha), 노린재아목 (Heteroptera), 진딧물아목 (Sternorrhyncha)이다. 매미아목에는 아래와 같은 상과가 있고 상과 아래 여러 과들이 있다.


거품벌레상과(Cercopoidae)

가시거품벌레과(Machaerotidae)

쥐머리거품벌레과(Cercopidae)

거품벌레과(Aphrophoridae)

뿔매이상과(Membracoidae)

뿔매미과(Membracidae)

매미충상과(Cicadelloidae)

매미충과(Cicadellidae)

꽃매미상과(Fulgoroidea)

큰날개매미충과(Ricaniidae)

알멸구과(Issidae)

긴날개멸구과(Derbidae)

줄강충이과(Meenoplidae)

좀머리멸구과(Achilidae)

선녀벌레과(Flatidae)

방패멸구과(Tropiduchidae)

꽃매미과(Fulgoridae)

개미땅멸구과(Tettigometridae)

상투벌레과(Dictyopharidae)

장삼벌레과(Cixiidae)

멸구과(Delphacidae)

 매미상과(Cicadoidea)

매미과 (Cicadidae)


이 중에서 매미상과에는 매미과만이 있고, 이들 대부분 땅속에서 유충으로 몇년을 보내고, '공명판'이 있어 시끄럽게 울어댄다. 이 매미과(또는 매미상과)의 곤충을 통틀어 '매미'라고 부른다. 위에서 보다시피, 꽃매미상과에는 벼멸구 따위의 멸구류들이 많다. 꽃매미와 멸구는 매미보다 계통상으로 가깝다는 뜻이다.


 꽃매미과 생물들은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에 산다. 우리나라에서 꽃매미과 생물에는 '희조꽃매미' 한 종만 있었는데, 중국에서 꽃매미가 들어왔기 때문에 2종이 되었다. 분류학적으로 봤을 때, 매미보다 멸구에 가까운 꽃매미를 '중국매미'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주홍날개꽃매미'도 없애고 '중국매미'도 없애자. 이제 꽃매미는 꽃매미 본래 이름을 찾았다. 꽃매미.


우리나라의 생물학 중에서 자생생물 또는 분류학의 관심이나 연구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 일본 강점기 때 일본 학자들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자생생물을 대거 기록한 이후에는 우리 스스로 제대로 된 연구 역량을 투자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확인 조사는 안 하고 '조선박물지'를 비롯하여 일본인의 기록에 의존해 왔었다. 혼란을 겪은 적 있는 '꽃매미'와 '희조꽃매미' 사태가 한 예이다. 예컨데 우리나라 특산 식물 중에서 학명 뒤에 일본 생물학자 나카이(Nakai) 이름이 붙지 않은 식물이 드물 정도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생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참고자료

1. Doi, H. 1932. Miscellaneous notes on insects 1. J. chosen Natural Hist. Soc. 13: 30-49 (In Japanese).

2. Han, J.M., H. Kim, E.J. Lim, S. LEE, Y. J. Kwon and S. Cho. 2008. Lycorma delicatula (Hemiptera: Auchenorrhyncha: Fulgoridae: Aphaeninae), finally, but suddenly arrived in Korea. Entomol. Res. 38: 281-286.(웹페이지)

3. 한정민, 2010. Studies on taxonomy of Korean fulgoridae (Hemiptera) and introduction of Lycorma delicatula to Korea. 충북대학교.

4. http://blog.naver.com/akababya?Redirect=Log&logNo=120096510166


2010년 7월 8일 목요일

고추 피망 파프리카 너무나 이상한 구별

고추 피망 파프리카는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대한민국 표준 사전이라 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고추, 피망, 파프리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고추01
「명」「1」『식』가짓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90cm이며, 잎은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여름에 흰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피고 열매는 장과(漿果)이다. 잎과 열매를 식용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온대, 열대에서 널리 재배된다.≒당초02(唐椒)˙번초(蕃椒). (Capsicum annuum)

피망 (프piment)
「명」『식』「1」가짓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cm 정도이며 가지는 적고 잎은 크다. 7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짧은 타원형의장과(漿果)로 꼭대기가 납작하고 세로로 골이 져 있으며 10월에 익는다. 매운맛이 별로 없으며, 풋것은 여러 가지로 조리하여먹고 완전히 익어 붉은 것은 향신료로 사용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서양고추. (Capsicum annuum var.angulosum)

파프리카 (헝paprika)
「명」『식』 고추의 한 품종. 그 꼬투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서 서양 요리의 향신료로 쓰는데, 주로 헝가리에서 쓴다. (Capsicum frutescens)

'고추'야 틀릴 일도, 모를 일도 없을 테지만, 설명만 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는 어떻게 다른지 쉽게 구분이 안 간다. 다행히 뒤에 학명(scientific name)을 적어 놓았다.(파프리카 항목을 보면 고추(Capsicum annuum)의 한 품종이라고 해놓고 학명은 품종이 아니라 다른 종이다. 사소한 문제라 일단 넘어간다.) 그러니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Capsicum annuum은 고추,  C. annuum var. angulosum은 피망, C. frutescens는 파프리카라는 말이다.그러니 실물로 보면 되겠다.
▲국어사전에서 '피망'이라고 주장하는 식물. 일본이 개발한 품종이다.

▲국어사전에서 '파프리카'라고 주장하는 식물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국어 사전의 내용이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겠다.

영어 사전을 한 번 찾아보자(일단임의로 sweet pepper는 단고추로, bell pepper는 둥근고추로 번역한다). 먼저 아래에 나오는 사전들에서피망(piment)을 찾으면 항목이 없다. 영어가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웹스터(Marriam-Webster) 온라인판에서 파프리카(paprika)를 찾으면 "갈아놓은 고추라는 뜻의 papar에서 유래한 헝가리어"라고 어원을 밝혀 놓고서 "각종 단고추(sweet pepper)를 말려서 곱게 갈아 만든 순하고 빨간 조미료, 또는 파프리카를 만들기 위한 단고추."라고 나온다.

롱맨 현대 영어 사전(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에는 "육류나 다른 음식에 약간 매운 맛을 첨가하는 데 쓰이는,  단고추 종류로 만든 빨간 가루" 라고 해 놓고, 양념통에 담긴 '고추가루' 사진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주장을 사실로 만든 위키백과(Wikipedia) 영문판에서 찾아보면 "파프리카는 안 매운 빨간 또는 녹색 둥근고추(bell pepper; Capsicum annuum)를 말려서 갈아만든 향신료이다. 많은 비 영어권 유럽 나라에서는, 파프리카라는 단어가 둥근고추(bell pepper) 자체를 가리킨다. 이조미료는 음식에 색깔과 향을 첨가하기 위해 많은 요리에 사용된다."고 나온다.

사전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영어에서는 공통적으로 '파프리카'는 '안 매운 고추가루'를 가리킨다.

wikipedia: a spice made from the grinding of dried sweet red or green bell peppers
Longman: a red powder made from a type of sweet pepper
Webster : a usually mild red condiment consisting of the dried finely ground pods of various sweet peppers

그럼, 영어 사전에는 안 나오는 '피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piment이라는 철자에서 ment를 앙으로 발음한다면 불어(프랑스어) 발음이다. 대부분 단어에서 다음 단어와 연음(liaison;리에종)이 되지 않으면 피망의 't'처럼 끝 철자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비자음(consonnenasale) m이나 n다음에 오는 an, en, in, on, un이 비모음(voyelle nasale)으로 발음되는 불어에서, -ent가  '앙'이라는 비모음으로 발음하는 현상도 불어의 특징이다.

르 쁘띠 로베르트 불어 사전(Le Petit Robert Dictionnaire)에서 피망(piment)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더운 지역 원산으로, 그 열매를 이용하려고 재배하는 초본 재배식물 또는 이 식물의 열매.”라면서 단고추(piment doux)는 poivron을 보라고 표시해 놓았다.  

불어판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피망(piment) 또는 매운 피망(piment fort)이라는 단어는 가지과의 1년생 식물 몇 종을 통칭할 때 쓰는 명사이다. 이것은 남아메리카 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유래됐으며, 열매를 식료품이나 향신료 용도로 사용하려고 채소로 재배하는 식물이다. 이말은 이 식물의 열매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단어는 캅시쿰 속(genre capsicum)의 다섯 종을 가리킨다."고 나온다.

Le terme piment ou piment fort (Légume vert ou rouge) (qc) est un nomvernaculaire utilisé pour désigner plusieurs espèces de plantesannuelles de la famille des Solanacées. Elles sont originairesd'Amérique du Sud et d'Amérique centrale, cultivées comme plantepotagères pour leurs fruits aux qualités alimentaires et aromatiques.Le terme désigne aussi le fruit de cette plante. Le mot correspond àcinq espèces du genre capsicum.


이들 사전으로 헤아려 보면 불어에서 '피망(piment)'이란 일반적인 고추 속 식물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불어판 위키의 piment항목에서 영어 항목으로 전환하면 chili pepper가 나온다.

따라서, 불어의 piment은 우리말 '고추'를 뜻한다. 그럼 우리가 말하는 '피망'은 불어로 무엇일까? 불어로, 특별히 캡세이신(Capsaicin)이 없어 매운 맛이 안 나는 둥근 모양의 '단고추'는 poivron(프와브롱)이라고 부른다(영어의bell pepper). 색깔별로 초록 프와브롱(poivron vert), 노란 프와브롱(poivron  jaune), 빨간 프와브롱(poivron rouge)으로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이 세개를 하나씩 담아 꾸러미를 만들어 '삼색 푸와브롱(poivron tricouleur)'이라며 팔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피망'으로 부르는 것은 불어로'poivron(프와브롱)'이고, 우리가 고추라고 부르는 것은 불어로 'piment(피망)'이다(이 내용은 위키백과 한국어 항목'단고추'에서도 짤막하게 나온다). 굳이 위에서 늘어놓은 장황한 설명도 필요 없이, 당장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poivron'과  'piment'을 넣어 나오는 결과만 봐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프랑스의 poivron이 한국에 와서 piment이 되었을까?

영문판 위키백과의 우리가 ‘피망’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되는 bell pepper 항목을 보면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후추 또는 고추를 의미하는) 프와브르와 같은 어원으로 이것을 "프와브롱"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ピーマン('피만', 불어에서 유래)이라는 단어는 녹색 bell pepper만을 가리키며, 반면 パプリカ("파프리카",paprika에서 유래)는 다른 색깔의 bell pepper를 가리킨다.

In France it is called "poivron", with the same root as "poivre"(meaning "black pepper", or "piment." In Japan, the word ピーマン ("pîman,"from the French) refers only to green bell peppers, whereas パプリカ("papurika," from paprika) refers to bell peppers of other colors.

이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쓰는 용법과 똑같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정확하다고 가정 한다면, 녹색 bell pepper를'피망'이라고 부르고, 그 외 다른색 bell pepper를 '파프리카'라고 부르는 엉터리 외래어는 일본에서 유래되었다고짐작된다.

이렇게 말이 꼬이다 보니, 일본어 위키백과 ピーマン('피만')에서 불어 항목으로 전환하면, piment이 아니라, poivron(프와브롱)이 나온다(물론 영어로 전환하면 bell pepper가 나온다). 가지각색의 단고추가 나오는 "パプリカ(파프리카)"에서 불어 항목으로 전환해도 poivron이 나온다(마찬가지로 영어로 전환해도 bell pepper가 나온다). 불어에서 유래한 '피만(ピーマン)'이 잘못된 사용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걸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국도 일종의 '코랑세(corançais=coréen(우리말)+français(불어))'를 쓰는 꼴이다.

우리말로 된 네이버의 두산동아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가관이다. 피망은 없고 파프리카를 찾아보면 "유럽에서는 모든 고추를 파프리카라고 부른다."는 말이 안 되는 설명을 실어놓았다. 유럽은 50여개 국에, 7억이 넘는 인구에다 온갖 민족이 섞여 있다. 인도-유럽어족이 대부분이라 해도, 슬라브어 계통,게르만어 계통, 라틴어 계통으로 갈라져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데 ‘모든’이나 ‘일부’같은 양화 개념도 없이 그냥 '유럽'이라니,이건 논리에 맞지 않다.

로베르트 불어사전에서 paprika는 "1922년. 헝가리어 유래. 특별히 헝가리음식에 사용하는 안 매운 고추(piment doux)의 가루"라고 짧게 나온다. 불어 위키백과도 영어의 paprika와 설명이매우 유사하다. 대부분의 유럽에서 ‘모든 고추’를 paprika라고 부르겠지만, 적어도 영국과 프랑스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 뒤에 나오는 설명도 횡설수설이다. 네이트에 탑재된 한국브리테니카 백과사전은 "고추의 열매로 만든 향료"라며 마치 영국 브리테니커 항목을 번역한 듯한 설명이 나오다가, 뒤에 가면 고추의 한 품종이라며 오락가락한다.

우리가 ‘피망’ 또는 ‘파프리카’라고 부르는 둥근 모양의 고추는 영어로 bell pepper이다.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불어로 piment(피망)이 아니라 poivron(프와브롱)이다.

우리말 고추속(屬) 식물과 그 과실을 뜻하며, 매운 맛이 연상되는 ‘고추’에 해당하는 영어는 ‘chili pepper'이고,불어로는 piment(피망)이다. 다른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paprika‘라고 부른다. 또는 영어권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언어권에서 캡시쿱(Capsicum)이라는 속명(屬名)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면 ’고추류‘가 되겠다.

영어에서 sweet pepper와 hot pepper는 고추의 맛을 기준으로 나눴다. ‘단고추’라는 말도 영어의 sweetpepper를 번역한 말이라고 추측된다. 이 sweet pepper의 불어는 piment doux이다. (이 단고추는 원어민의일상에서 영어의 'bell pepper', 불어의 poivron과 같은 말로 쓰인다.) 다양한 변종과 품종의 고추를 각 언어별로어떻게 부르는 지를 알려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된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표준국어 대사전도 고쳐야 한다. 일단 학명부터 고쳐 놓아야 한다. 사전에 오류가 없을 리가 없겠지만,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불합리한 언어 습관이 있다면, 억지로라도 유도해야 한다. '자장면'처럼 말이다.

외래어 수용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수용할 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우에 따라서 잘못쓰이는 '콩글리쉬'도 별 문제가 없다면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사물과 대응이 안 되는말인 경우에는 혼란이 생긴다.

같은 Capsicum annuum의 한 재배종(cultivar)에서 생산된 똑같은 것인데, 덜 익으면 일반적 고추를 뜻하는 잘못된 불어인 ‘피망’이었다가, 다익어서 빨갛거나 카로티노이드가 좀 더 함유되어 노랗다고 해서 역시 일반적 고추를 뜻하는 헝가리어 ‘파프리카’로 변신해 버리는 언어 습관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여기서 열심히 '피망'과 '파프리카'를 골라 내야 한다.

'피망'은 어짜피 잘못된 불어이니까 버리는 편이 좋겠다. 다른 언어권에서 쓰는 파프리카라는 말도 그냥 '고추'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 고추 대신 파프리카를 쓸 이유도 없다. 대안으로 단고추라고 하든, 둥근고추라고 하든, 공고추라고 하든, 착색단고추(착색(着色)한 적 없다)라고 하든, 아무튼 사전 편찬자들이 열심히 연구해 볼 일이다.

언어도 과학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2010년 2월 14일 일요일

새는 현존하는 수각류 공룡


새(조류 bird)도 공룡(dinosaur)에 포함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제는 과학자들이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생 조류(modern bird)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와 같은 수각류 공룡(Theropoda; 이하 수각아목 또는 수각류로 씀)이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출처 : http://www.ucmp.berkeley.edu/


공룡이란 조반목(Ornithischia)과 용반목(Saurischia)으로 구성되는 공룡상목(Dinosauria)에 속하는 생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계통발생학적 분류학에서 공룡을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현생조류(modern bird),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 그리고 그 모든 후손"(1)으로 구성된 생물로 정의한다(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 용반목에 속함)와 이구아노돈(Iguanodon; 조반목에 속함)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을 공룡상목(2)으로 두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 정의를 따르면, 새는 공룡상목의 하위 분류계급(category)인 용반목 수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이다. 수각류의 공통 특징은 두 발로 걷고, 발가락이 3개이고, 뼈는 속이 비었고, 차골(furcula 또는 wishbone)이 있으며, 알은 둥지에 낳아 품거나 보호했고, 깃털이 달렸다는 점 등이 있다. 뼈나 둥지 같은 형질은 화석으로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헉슬리(Thomas Henry Huxley;1825-1895) 시절부터 공룡으로부터 새가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긴 했었다.


하지만, 조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깃털은 공룡 화석에서는 잘 남아 있지 않아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웠다.  1861년 이후로 발굴된 시조새(Archaeopteryx)화석에 깃털 자국이 남아 있긴 했지만, 1990년대 중국 랴오닝성(압록강으로 북한과 국경을 이루는 곳)의 이시안층(Yixian Formation; 백악기 전기에 형성)외 인근 지층에서 깃털이 잘 보존된 공룡 화석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심지어 벨로키렙토르(Velociraptor)도 새처럼 깃털이 있었다는 연구(3)가 나오면서 수각류 공룡들, 그 중 특히 코엘루로사우루스(Coelurosaurs)류의 공룡은 보편적으로 깃털 또는 깃털 이전 형태의 털(protofeather)이 있었다는 결론(4)이 도출되었다.

논문(3)을 토대로 재현한 벨로키렙토르


시노사우롭테릭스(Sinosauropteryx)(5), 공자새(Confuciusornis)(6),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7) 등을 비롯해서 랴오닝성에서 출토된 여러 가지 화석은 새와 공룡의 구분을 없애 주었다. (앞으로 압록강 위쪽의 이 지역에서 더 많은 화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며, 이 덕분에 당분간 수각류 공룡 연구는 중국이 압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이들 깃털 공룡을 토대로 깃털의 색과 생김새를 과학적으로 추론해 냄으로써 예술가들의 상상에만 맡겨 놓았던 공룡의 몸 색깔과 형체를 실체에 가깝게 재현해 내기 시작했다. 깃털이 보존된 화석에서 멜라닌소체(melanosome)의 구조를 분석하고 현재의 조류와 비교해 낸 것이다. 시노사우롭테릭스는 과학자들이 털 색깔을 재현해 낸 최초의 공룡(8)이다.  뒤이어 붙은 학명마저 헉슬리를 지지하는 '안치오르니스 헉슬리이'(Anchiornis huxleyi)' 화석의 깃털 색깔을 재현해 냈다(9).

화석(위)과 논문(8)을 토대로 재현(아래)해 낸 시노사우롭테릭스(출처: http://en.wikipedia.org/wiki/Sinosauropteryx)


일상 언어에서 '새'는 현생조류인 '신조류(Neornithes)'만을 말한다. 린네식 분류에서는 여전히 새가 강(class Ave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조류가 아강(subclas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하향 분류법은 현재 화석 증거로 쏟아지는 진화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

계통발생학적으로 새(Aves)는 "시조새(Archaeopteryx lithographica)와 현생 조류의 가장 최근 조상과 그 후손"(10)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해도 "공룡상목 용반목 수각아목"에서 한참 아래 자리 잡고 있으므로, 새는 공룡이다.  그래서 현생조류를 제외해야 할 때에 쓰이는 '비-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나 '비 조류 수각류 공룡(non-avian theropod dinosaur)'라는 표현을 학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고생물학자 대부분이 현존하는 새를 코엘루로사우루스류의 수각류 공룡으로 취급한다. 2000년대에 와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룡연구 때문에 조류의 재분류작업은 당분간 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가 공룡이라는 계통발생학적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완전한 생물종의 분류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멸종된 생물집단들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한데, 그 모두는 서로간은 물론 현존하는 생명세계에까지 관련되어(11)"있기 때문이다.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지금 1만 종에 달하는 공룡을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데 멸종이라니.(끝)




수각류에서 현생조류에 이르는 분지도




<벨로키랍토르와 새>
*출처

1. Benton, Michael J. (2004). "Origin and relationships of Dinosauria". in Weishampel, David B.; Dodson, Peter; and Osmólska, Halszka (eds.). The Dinosauria (2nd ed.).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 7–19.
2. Olshevsky, G. (2000). "An annotated checklist of dinosaur species by continent." Mesozoic Meanderings, 3: 1–157
3. Turner, A.H.; Makovicky, P.J.; Norell, M.A. (2007). "Feather quill knobs in the dinosaur Velociraptor". Science 317 (5845): 1721.(링크)
4. Prum, R., and Brush, A.H. (2002). "The evolutionary origin and diversification of feathers".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 77: 261–295.(링크)
5. Chen, P; Dong, Z and Zhen, S (1998). "An exceptionally well-preserved theropod dinosaur from the Yixian Formation of China". Nature 391 (8): 147-152.(링크)
6. Hou, L.-H.; Zhou, Z.; Martin, L.D. & Feduccia, A. (1995): A beaked bird from the Jurassic of China. Nature 377: 616-618.(링크)
7. Xu, X., Zhou, Z., and Wang, X. (2000). "The smallest known non-avian theropod dinosaur." Nature, 408 (December): 705-708.(링크)
8. Fucheng Zhang, Stuart L. Kearns, Patrick J. Orr, Michael J. Benton, Zhonghe Zhou, Diane Johnson, Xing Xu, and Xiaolin Wang.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Nature, 27 January 2010(링크)
9. Quanguo Li, Ke-Qin Gao, Jakob Vinther, Matthew D. Shawkey, Julia A. Clarke, Liliana D'alba, Qingjin Meng, Derek E. G. Briggs, Long Miao, Richard O. Prum. Plumage Color Patterns of an Extinct Dinosaur. Science, Online February 4, 2010 DOI: 10.1126/science.1186290 (크)
10. Padian, K. (1998) When is a bird is not a bird? Nature, 393: 729-730.(링크)
11. 에른스트 마이어(최재천외 옮김), 『이것이 생물학이다』, 몸과마음, 2002, 230쪽.

2010년 2월 3일 수요일

광합성 하는 민달팽이


(출처 : newscientist.com)

조류(algae)를 먹어서,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있다. Elysia chlorotica는 복족류에 속하는 바다 민달팽이(sea slug)로,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한다. 짙은 녹색의 몸통은 나뭇잎 모양이다.

특이하게도,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이 복족류는 몸 속에 엽록체를 지니고 있어 스스로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이 엽록체가 바로 먹이로 먹는 조류로부터 왔다.

어린 바다 민달팽이는 몸이 갈색이다. 부모의 엽록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녹조류에 속하는 해조류(Vaucheria litorea)를 먹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엽록체는 소화되지 않고 바다 민달팽이의 몸속에 차곡차곡 저장되면서 녹색으로 변한다. 엽록체는 민달팽이 내부에서는 분열하지 않는다. 약 2주 동안 먹이를 섭취하면, 광합성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뒤 몇 달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도 민달팽이는 살아갈 수 있다.

엽록체 같은 색소체가 없는 생물이 다른 생물의 색소체를 체내에 들여와서 이용하는 현상을  '색소체탈취'(kleptoplasty  : klepto는 '훔치다'는 의미, plasty는 '색소체'를 의미 )라고 한다.

그런데 엽록체 자체의 DNA에는 광합성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을 번역해내는 유전자가 10% 밖에 없다. 나머지는 식물 또는 해조류의 핵 DNA에서 나온다. 민달팽이 속에 들어간 엽록체는 광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어떻게 얻을까? DNA를 해독해 본 결과, 다른 식물이나 다른 해조류가 아닌, 바로 민달팽이가 먹는 Vaucheria litorea 의 DNA가 민달팽이의 핵 DNA에 통합되어 있었다. 그래서 엽록체는 민달팽이의 몸속에서도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으며 광합성을 지속할 수 있었다.

계통상 관계가 먼 생물의 DNA가 통합되는 현상을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이라고 한다. 단세포 생물 간에는 흔히 보고된 현상이지만 해조류와 민달팽이의 경우 처럼 다세포 생물 사이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먹이인 해조류와 포식자인 민달팽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엽록체의 내부공생(endosymbiosis)이나 다세포 생물 사이에서 먹이 유전자가 포식자로 전달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현상 등은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현상이다. 앞으로 진화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후속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
1. Rumpho ME, Worful JM, Lee J, et al. (November 2008). "From the Cover: Horizontal gene transfer of the algal nuclear gene psbO to the photosynthetic sea slug Elysia chlorotica". Proc. Natl. Acad. Sci. U.S.A. 105 (46): 17867–71(웹사이트)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프리온 단백질의 역할 규명


프리온(prion) 단백질이 신경섬유(nerve fiber) 사이의 전기 신호 전달 속도를 향상하는 말이집(myelin sheath) 형성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변형 프리온이 소의 광우병이나 인간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 같은 특정 뇌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은 밝혀졌지만, 정상 프리온의 역할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게 없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을 비롯한 다른 포유류의 뉴런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프리온의 본래 역할을 규명해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취리히 대학교 신경병리학자 안드리아노 아구지(Adriano Aguzzi)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에서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Prnp gene)를 제거하여 프리온이 만들어지지 않는 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이들 모든 쥐의 좌골신경(sciatic nerve)에서 말이집이 비정상으로 나타났다. 말이집은 신경집세포(Schwann cell)를 둘러싸서 절연체 역할을 하여 뉴런의 전기 신호가 축삭말단(axon terminal)까지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프리온이 결여된 쥐는 정상 쥐보다 좌골 신경섬유에 흐르는 전기 신호가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런에 프리온을 복원시키면 말이집이 재생되었지만, 신경집세포에 넣으면 말이집이 재생되지 않았다. 프리온이 뉴런에 작용해서 말이집을 형성하게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이런 작용을 하는지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았다. 앞으로 이런 연구들이 프리온 관련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1월 24일자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됐다.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예측된 참사, 그래서 더 안타까운 아이티 지진

12일 21시 53분(UTC), 아이티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사망자가 무려 10만 명에 달하리라고 예상하는 대참사이다. 진원의 깊이(focal depth)가 고작 10km이므로 충격 흡수가 거의 없이 그 진동이 고스란히 지표(진앙, epicenter)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전체적인 과정으로 보면, 이번 지진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천재지변이 아니다. 꾸준한 단층(fault) 운동으로 에너지가 충분하게 축적되어 발생한 결과이다. 아이티는 지진이 빈번한 엔리킬로-플랜틴 가든 단층 지대(Enriquillo-Plantain Garden fault zone (EPGFZ or EPGZ))에 있다. 이미 008년 3월 산토 도밍고에서 열린 18회 카리브 지질학 회의 때,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지진 재해"를 경고했다.(참고 1)

이 때 발표한 논문에서 규모는 7.2이며, 장소는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와 자메이카의 킹스톤(Kingston)이 될 것이라며 큰 재난을 우려했다. 실제 이번에 일어난 지진과 장소, 규모가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리히터(Charles Richter)는 "오직 바보,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만이 지진을 예측한다(Only fools, charlatans, and liars predict earthquakes)"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는 리히터가 살던 시대보다 훨씬 나아졌다. 발달한 과학기술, 정교한 장비, 꾸준한 측정 덕분에 지진 예측 능력은 엄청나게 향상됐다.

과학적 예측은 매우 타당한 증거에서 나온다. 과학에서 본다면 이번 지진도 예측된 당연한 지진이다. 그래서 지진 대비가 없는 낡은 건물, 부족한 구호장비 때문에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현재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과학자들도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전반에 걸쳐 과학적 내용을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재난 후 반드시 등장하는 지구 종말론이나 종교적 심판 같은 괴담이 돌아다니며 사회적 기회와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 것이다.

괴담이 퍼지기 전에, 아이티 사람 한 명이라도 더 도와줄 방법을 찾는 것이 구원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다.

참고
1. Mann, Paul, Calais, Eric, Demets, Chuck, Prentice, Carol S., and Wiggins-Grandison, Margaret (March 2008). "Entiquillo-Plantain Garden Strike-Slip Fault Zone: A Major Seismic Hazard Affecting Dominican Republic, Haiti and Jamaica". 18th Caribbean Geological Conference.(웹사이트)
2. Could the Haiti Earthquake Have Been Predicted?, Time (January 13, 2009).(웹사이트)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포유류 유전체는 바이러스 유전자 창고

 미국과 일본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이 비(非) 레트로바이러스(non-retrovirus) 계열에서 유래한 유전물질이 인간을 포함한 일부 포유류의 유전체(genome)에 통합되어 있다는 증거를 밝혀냈다.

이들 연구팀은 포유류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를 비 레트로 바이러스인 보르나 바이러스(borna virus) 염기서열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 설치류, 코끼리 등 다른 포유동물에게서 내재 바이러스(endogenous virus)에서 유래한 핵 단백질(endogenous Borna-like N, 연구팀이 EBLN이라고 명명)을 찾아냈다.

 
1월 7일 자 네이처에 발표된 이 연구결과는 비 레트로 바이러스에서 기원하는 염기서열이 포유류 유전체에 혼합되었다는 증거를 최초로 발견해 냈다는 의의가 있다.(자료)

포유류 유전체에는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염기서열이 약 8% 포함되어 있는데, 이전 연구에서는 레트로바이러스 것만을 발견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보르나 바이러스 같은 비 레트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도 끼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염기서열을 찾기 위해 연구팀은 인간 단백질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보르나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두 개의 가설 단백질(hypothetical proteins)을 찾아냈다. 그다음, 미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인 tblastn을 검색해서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여러 종의 영장류 유전체에서  EBLN 요소들을 찾아냈다. 그 외  코끼리와 몇몇 설치류에서도 발견되었다.

후속 실험으로, 연구팀은 이들 EBLN 사이의 계통발생 관계를 추적한 결과, EBLN 요소들이 약 4천만년 전부터 영장류에 있었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에 비해  설치류인 열세줄땅다람쥐(Spermophilus tridecemlineatus)의 유전체에는 EBLN 요소가 비교적 근래에 통합되었다는 것도 밝혔다.  

연구팀은 RNA가 유전물질인 보르나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DNA에 복제될 수 있고, 유전체에 통합된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이것이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포유류 유전체에 통합될 수 있는지는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겼지만,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와 관련 있는 레트로트랜스포손(retrotransposon)가 포함되었으리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EBLN이 위유전자(僞遺傳子, pseudogene) 역할을 해서, 숙주인 포유동물의 유전체에서 기능을 발휘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참고 자료
1. Masayuki Horie, Tomoyuki Honda, Yoshiyuki Suzuki, Yuki Kobayashi, Takuji Daito, Tatsuo Oshida, Kazuyoshi Ikuta, Patric Jern, Takashi Gojobori, John M. Coffin & Keizo Tomonaga. Endogenous non-retroviral RNA virus elements in mammalian genomes. Nature, 2010; 463 (7277): 84 DOI: 10.1038/nature08695
2. Cédric Feschotte. Virology: Bornavirus enters the genome. Nature, 2010; 463 (7277): 39 DOI: 10.1038/463039a
3. http://www.genomeweb.com

2010년 1월 5일 화요일

춤추는 앵무새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행위는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한 능력일까? 춤은 인간이 집단을 형성하여 사는 곳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춤은 인간만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겨왔다. 청각신호와 그 박자에 맞춰 반응할 수 있는 운동신경(motor)이 두뇌에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이러한 능력이 인간에게서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는 논란이 있다.

그래서 '스노우볼(snowball)'이라는 애완용으로 키우는 앵무새(cockatoo류)가 음악에 맞춰 춤추는 유투브 동영상이 과학자들에게 큰 호기심을 끌었다.  이 동영상을 본 신경생물학자 퍼텔(Aniruddh Patel)이 스노우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통제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는 여러가지 음악의 각기 다른 박자로 실험해 본 결과, 이 앵무새가 분명히 음악의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는 점을 확인하고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보고했다.


퍼텔은 스노우볼에게서 "뇌의 청각 부분과 운동신경 부분에 부가적인 연결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ScienceNOW, 30 April 2009)

이에 자극받은 다른 연구팀이 개, 고양이, 침팬지, 새, 코끼리 등 유투브에 올라 온 춤추는 동물 동영상 1천여개를 분석했고, 그 결과 소리 흉내 능력이 있는 동물인 앵무새(parrot)와 아시아 코끼리(트럭소리를 흉내내는 아시아 코끼리가 관찰된 적이 있다(ScienceNOW, 23 March 2005)) 만이 실제로 박자에 맞춰 춤을 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리를 흉내내는 능력과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능력은 같은 신경 기작(mechannism)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이런 연구결과가 어떻게 인간에게서 음악과 춤이 진화되었는지를 밝혀줄 단서가 되리라고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참고
1. Patel et al., Experimental Evidence for Synchronization to a Musical Beat in a Nonhuman Animal, Current Biology (2009)
2. Cross, Music, Mind and Science, 1999, Ed. Suk Won Yi, Seoul: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2010년 1월 3일 일요일

당신의 두뇌는 당신에게 거짓말한다.

샘 왕(Sam Wang), 샌드라 아모트(Sandra Aamodt)
2008년 6월 27일
출처 : 뉴욕 타임즈(원문 보기)

잘못된 믿음은 수두룩하다. 미국인 십팔 퍼센트는 태양이 지구주위를 돈다는 생각을 한다고 어느 설문조사는 밝혔다. 이건 좀 더 터무니없는데,  다른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 중 10퍼센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기독교인이 아니라, 무슬림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 선거본부는 거짓정보를 없애려고 웹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기발한 방식이 고맙기는 하지만,  이 방식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가 하는 것과 달리 뇌가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사실(fact)은 처음에는 해마상융기(hippocampus)라는, 대략 뚱뚱한 사람의 오므린 새끼손가락 같은  크기와 모양을 하고서 뇌 깊숙이 자리 잡은 조직에 저장된다.

그러나 정보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정보를 다시 끄집어낼 때마다, 우리 뇌는 재기록하고, 그리고 이것이 재저장되는 동안, 그 정보 또한 재가공된다. 이때, 사실이라는 것은 점차  대뇌 피질로 옮겨지면서 본래 지식의 맥락에서 멀어진다. 예컨대, 당신은 캘리포니아 주의 수도가 새크라멘토(Sacramento)라고 알지만, 이걸 어디서 배웠는지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정보원 기억상실(source amnesia)이라고 알려진 이 현상은 인간에게 진술이 참인지 아닌지를 잊어버리게 할 수 있다. 심지어 거짓말이 부정되었더라도, 사람들은 그 이후에 종종 이것이 참이라고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도, 이 잘못된 기억은 악화될 뿐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던 신뢰 못할 정보원에서 나온 거짓 진술은 단기 해마상융기 저장에서 장기 대뇌피질 저장으로 기억을 재가공하는 한 달 동안 신뢰성을 획득하게 된다. 출처가 망각되므로써, 정보내용과 그 의미는 견고해진다. 이는 2004년 대선 기간 동안, 존 케리 상원의원에 반대하여 '진실을 위한 쾌속정 참전 용사들(Swift Boat Veterans for Truth)'이 행한 선거운동이 왜 몇 주가 지난 뒤에야, 투표에서 존 케리의 입지에 영향을 끼쳤는가로 설명 가능하다.

정보원 기억상실 이면의 신경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선거 전략가들은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려고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의 정보내용이 원초적으로 잊히지 않으며, 그것의 각인은 진실이 탄로난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 허위사실을 반복하면, 어떤 이는 모두(冒頭) 발언에서 "내가 어디선가 읽었는데"하며 심지어 구체적 출처 문헌까지 밝힌다.

어느 연구에서, 코카콜라가 페인트 희석재로 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웹 사이트에서 가져와서 스탠퍼드 대학생 집단에게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이 글을 다섯 번 읽은 학생들은 단 두 번만 읽은 학생에 비해 대략 3분의 1 더 많은 학생이 그 글의 출처가 (그들의 다른 선택지인 내셔널 인콰이어러 잡지(The National Enquirer)가 아닌)'소비자 보고서'라며, 정보의 신뢰성을 북돋웠다.  

두뇌가 사실을 이미 마련된 정신적 틀에 쑤셔 맞추려는 방식 탓에 우리가 재소환하는 정보가 뒤죽박죽 되는 타고난 경향은 심해진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뉴스를 기억하고, 반대되는 것은 잘라버리는 습성이 있다.

절반은 사형을 옹호하고 다른 절반은 반대하는 48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탠퍼드 대학의 다른 연구에서, 사형이 범죄를 단념케 한다는 데 대해 하나는 긍정적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두 개의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양쪽 학생들은 그들의 처음 입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좀 더 신뢰했다.

심리학자들은 전설이란 심금을 울림으로써 전파된다고 한다. 같은 방식으로, 생각도 실제 타당성보다는 감정적 선택에 의해 전파되어서, 콜라에 관한 거짓정보가 굳어지도록 돋운다. 대통령 후보에 관한 것처럼.


언론인들과 선거 운동원들은 진실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거짓정보에 대항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짓 소문을 반복함으로써, 무심코 그것을 견고하게 만들어버린다. 대대적인 "중상모략 중단" 노력을 하면서, 오바마 선거본부는 이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오바마가 무슬림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신앙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해야 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뉴스 소비자들은 그들 관점에서 이미 믿고 있는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기억해 버린다. 사형에 관한 증거를 가지고 학생들의 각인 실험을 반복하면서, 연구자들이 발견한 점은, 실험자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각별히 주의를 줘도, 여전히 그들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증거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의 같은 연구에서, 피실험자에게 증거가 반대 결론으로 치우쳤다면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상상해보라고 묻자, 그들의 믿음과 상반되는 정보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었다. 분명히, 시간을 벌고 반대 해석을 숙고해 보게끔 논란거리 뉴스 소비자를 위해 투자하는 일도 옳다.

1919년, 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는 "진실에 대한 최상의 시험 수단은 그 견해가 시장 경쟁에 받아들여져서 살아남는 능력 여부이다."라고 썼다. 홈즈는 만약 관념이 사실이라면 확산되기 마련이라고 잘못 가정했다. 우리의 두뇌는 천성적으로 이런 존경할 만한 고견에 복종하지 않지만, 그러나 기억의 기작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아마도 우리는 홈즈의 이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샘 왕(Sam Wang)은  프린스턴 대학교 분자 생물학 및 신경과학 부교수이고, 샌드라 아모트(Sandra Aamodt)는 전직 네이처 신경과학지 최고 편집자이다. "당신 두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왜 당신은 차 열쇠를 잃어버리면서도 운전 방법이나 일상의 다른 골칫거리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가"의 저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