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8일 목요일

고추 피망 파프리카 너무나 이상한 구별

고추 피망 파프리카는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대한민국 표준 사전이라 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고추, 피망, 파프리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고추01
「명」「1」『식』가짓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90cm이며, 잎은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여름에 흰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피고 열매는 장과(漿果)이다. 잎과 열매를 식용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온대, 열대에서 널리 재배된다.≒당초02(唐椒)˙번초(蕃椒). (Capsicum annuum)

피망 (프piment)
「명」『식』「1」가짓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cm 정도이며 가지는 적고 잎은 크다. 7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짧은 타원형의장과(漿果)로 꼭대기가 납작하고 세로로 골이 져 있으며 10월에 익는다. 매운맛이 별로 없으며, 풋것은 여러 가지로 조리하여먹고 완전히 익어 붉은 것은 향신료로 사용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서양고추. (Capsicum annuum var.angulosum)

파프리카 (헝paprika)
「명」『식』 고추의 한 품종. 그 꼬투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서 서양 요리의 향신료로 쓰는데, 주로 헝가리에서 쓴다. (Capsicum frutescens)

'고추'야 틀릴 일도, 모를 일도 없을 테지만, 설명만 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는 어떻게 다른지 쉽게 구분이 안 간다. 다행히 뒤에 학명(scientific name)을 적어 놓았다.(파프리카 항목을 보면 고추(Capsicum annuum)의 한 품종이라고 해놓고 학명은 품종이 아니라 다른 종이다. 사소한 문제라 일단 넘어간다.) 그러니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Capsicum annuum은 고추,  C. annuum var. angulosum은 피망, C. frutescens는 파프리카라는 말이다.그러니 실물로 보면 되겠다.
▲국어사전에서 '피망'이라고 주장하는 식물. 일본이 개발한 품종이다.

▲국어사전에서 '파프리카'라고 주장하는 식물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국어 사전의 내용이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겠다.

영어 사전을 한 번 찾아보자(일단임의로 sweet pepper는 단고추로, bell pepper는 둥근고추로 번역한다). 먼저 아래에 나오는 사전들에서피망(piment)을 찾으면 항목이 없다. 영어가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웹스터(Marriam-Webster) 온라인판에서 파프리카(paprika)를 찾으면 "갈아놓은 고추라는 뜻의 papar에서 유래한 헝가리어"라고 어원을 밝혀 놓고서 "각종 단고추(sweet pepper)를 말려서 곱게 갈아 만든 순하고 빨간 조미료, 또는 파프리카를 만들기 위한 단고추."라고 나온다.

롱맨 현대 영어 사전(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에는 "육류나 다른 음식에 약간 매운 맛을 첨가하는 데 쓰이는,  단고추 종류로 만든 빨간 가루" 라고 해 놓고, 양념통에 담긴 '고추가루' 사진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주장을 사실로 만든 위키백과(Wikipedia) 영문판에서 찾아보면 "파프리카는 안 매운 빨간 또는 녹색 둥근고추(bell pepper; Capsicum annuum)를 말려서 갈아만든 향신료이다. 많은 비 영어권 유럽 나라에서는, 파프리카라는 단어가 둥근고추(bell pepper) 자체를 가리킨다. 이조미료는 음식에 색깔과 향을 첨가하기 위해 많은 요리에 사용된다."고 나온다.

사전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영어에서는 공통적으로 '파프리카'는 '안 매운 고추가루'를 가리킨다.

wikipedia: a spice made from the grinding of dried sweet red or green bell peppers
Longman: a red powder made from a type of sweet pepper
Webster : a usually mild red condiment consisting of the dried finely ground pods of various sweet peppers

그럼, 영어 사전에는 안 나오는 '피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piment이라는 철자에서 ment를 앙으로 발음한다면 불어(프랑스어) 발음이다. 대부분 단어에서 다음 단어와 연음(liaison;리에종)이 되지 않으면 피망의 't'처럼 끝 철자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비자음(consonnenasale) m이나 n다음에 오는 an, en, in, on, un이 비모음(voyelle nasale)으로 발음되는 불어에서, -ent가  '앙'이라는 비모음으로 발음하는 현상도 불어의 특징이다.

르 쁘띠 로베르트 불어 사전(Le Petit Robert Dictionnaire)에서 피망(piment)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더운 지역 원산으로, 그 열매를 이용하려고 재배하는 초본 재배식물 또는 이 식물의 열매.”라면서 단고추(piment doux)는 poivron을 보라고 표시해 놓았다.  

불어판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피망(piment) 또는 매운 피망(piment fort)이라는 단어는 가지과의 1년생 식물 몇 종을 통칭할 때 쓰는 명사이다. 이것은 남아메리카 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유래됐으며, 열매를 식료품이나 향신료 용도로 사용하려고 채소로 재배하는 식물이다. 이말은 이 식물의 열매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단어는 캅시쿰 속(genre capsicum)의 다섯 종을 가리킨다."고 나온다.

Le terme piment ou piment fort (Légume vert ou rouge) (qc) est un nomvernaculaire utilisé pour désigner plusieurs espèces de plantesannuelles de la famille des Solanacées. Elles sont originairesd'Amérique du Sud et d'Amérique centrale, cultivées comme plantepotagères pour leurs fruits aux qualités alimentaires et aromatiques.Le terme désigne aussi le fruit de cette plante. Le mot correspond àcinq espèces du genre capsicum.


이들 사전으로 헤아려 보면 불어에서 '피망(piment)'이란 일반적인 고추 속 식물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불어판 위키의 piment항목에서 영어 항목으로 전환하면 chili pepper가 나온다.

따라서, 불어의 piment은 우리말 '고추'를 뜻한다. 그럼 우리가 말하는 '피망'은 불어로 무엇일까? 불어로, 특별히 캡세이신(Capsaicin)이 없어 매운 맛이 안 나는 둥근 모양의 '단고추'는 poivron(프와브롱)이라고 부른다(영어의bell pepper). 색깔별로 초록 프와브롱(poivron vert), 노란 프와브롱(poivron  jaune), 빨간 프와브롱(poivron rouge)으로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이 세개를 하나씩 담아 꾸러미를 만들어 '삼색 푸와브롱(poivron tricouleur)'이라며 팔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피망'으로 부르는 것은 불어로'poivron(프와브롱)'이고, 우리가 고추라고 부르는 것은 불어로 'piment(피망)'이다(이 내용은 위키백과 한국어 항목'단고추'에서도 짤막하게 나온다). 굳이 위에서 늘어놓은 장황한 설명도 필요 없이, 당장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poivron'과  'piment'을 넣어 나오는 결과만 봐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프랑스의 poivron이 한국에 와서 piment이 되었을까?

영문판 위키백과의 우리가 ‘피망’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되는 bell pepper 항목을 보면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후추 또는 고추를 의미하는) 프와브르와 같은 어원으로 이것을 "프와브롱"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ピーマン('피만', 불어에서 유래)이라는 단어는 녹색 bell pepper만을 가리키며, 반면 パプリカ("파프리카",paprika에서 유래)는 다른 색깔의 bell pepper를 가리킨다.

In France it is called "poivron", with the same root as "poivre"(meaning "black pepper", or "piment." In Japan, the word ピーマン ("pîman,"from the French) refers only to green bell peppers, whereas パプリカ("papurika," from paprika) refers to bell peppers of other colors.

이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쓰는 용법과 똑같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정확하다고 가정 한다면, 녹색 bell pepper를'피망'이라고 부르고, 그 외 다른색 bell pepper를 '파프리카'라고 부르는 엉터리 외래어는 일본에서 유래되었다고짐작된다.

이렇게 말이 꼬이다 보니, 일본어 위키백과 ピーマン('피만')에서 불어 항목으로 전환하면, piment이 아니라, poivron(프와브롱)이 나온다(물론 영어로 전환하면 bell pepper가 나온다). 가지각색의 단고추가 나오는 "パプリカ(파프리카)"에서 불어 항목으로 전환해도 poivron이 나온다(마찬가지로 영어로 전환해도 bell pepper가 나온다). 불어에서 유래한 '피만(ピーマン)'이 잘못된 사용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걸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국도 일종의 '코랑세(corançais=coréen(우리말)+français(불어))'를 쓰는 꼴이다.

우리말로 된 네이버의 두산동아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가관이다. 피망은 없고 파프리카를 찾아보면 "유럽에서는 모든 고추를 파프리카라고 부른다."는 말이 안 되는 설명을 실어놓았다. 유럽은 50여개 국에, 7억이 넘는 인구에다 온갖 민족이 섞여 있다. 인도-유럽어족이 대부분이라 해도, 슬라브어 계통,게르만어 계통, 라틴어 계통으로 갈라져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데 ‘모든’이나 ‘일부’같은 양화 개념도 없이 그냥 '유럽'이라니,이건 논리에 맞지 않다.

로베르트 불어사전에서 paprika는 "1922년. 헝가리어 유래. 특별히 헝가리음식에 사용하는 안 매운 고추(piment doux)의 가루"라고 짧게 나온다. 불어 위키백과도 영어의 paprika와 설명이매우 유사하다. 대부분의 유럽에서 ‘모든 고추’를 paprika라고 부르겠지만, 적어도 영국과 프랑스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 뒤에 나오는 설명도 횡설수설이다. 네이트에 탑재된 한국브리테니카 백과사전은 "고추의 열매로 만든 향료"라며 마치 영국 브리테니커 항목을 번역한 듯한 설명이 나오다가, 뒤에 가면 고추의 한 품종이라며 오락가락한다.

우리가 ‘피망’ 또는 ‘파프리카’라고 부르는 둥근 모양의 고추는 영어로 bell pepper이다.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불어로 piment(피망)이 아니라 poivron(프와브롱)이다.

우리말 고추속(屬) 식물과 그 과실을 뜻하며, 매운 맛이 연상되는 ‘고추’에 해당하는 영어는 ‘chili pepper'이고,불어로는 piment(피망)이다. 다른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paprika‘라고 부른다. 또는 영어권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언어권에서 캡시쿱(Capsicum)이라는 속명(屬名)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면 ’고추류‘가 되겠다.

영어에서 sweet pepper와 hot pepper는 고추의 맛을 기준으로 나눴다. ‘단고추’라는 말도 영어의 sweetpepper를 번역한 말이라고 추측된다. 이 sweet pepper의 불어는 piment doux이다. (이 단고추는 원어민의일상에서 영어의 'bell pepper', 불어의 poivron과 같은 말로 쓰인다.) 다양한 변종과 품종의 고추를 각 언어별로어떻게 부르는 지를 알려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된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표준국어 대사전도 고쳐야 한다. 일단 학명부터 고쳐 놓아야 한다. 사전에 오류가 없을 리가 없겠지만,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불합리한 언어 습관이 있다면, 억지로라도 유도해야 한다. '자장면'처럼 말이다.

외래어 수용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수용할 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우에 따라서 잘못쓰이는 '콩글리쉬'도 별 문제가 없다면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사물과 대응이 안 되는말인 경우에는 혼란이 생긴다.

같은 Capsicum annuum의 한 재배종(cultivar)에서 생산된 똑같은 것인데, 덜 익으면 일반적 고추를 뜻하는 잘못된 불어인 ‘피망’이었다가, 다익어서 빨갛거나 카로티노이드가 좀 더 함유되어 노랗다고 해서 역시 일반적 고추를 뜻하는 헝가리어 ‘파프리카’로 변신해 버리는 언어 습관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여기서 열심히 '피망'과 '파프리카'를 골라 내야 한다.

'피망'은 어짜피 잘못된 불어이니까 버리는 편이 좋겠다. 다른 언어권에서 쓰는 파프리카라는 말도 그냥 '고추'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 고추 대신 파프리카를 쓸 이유도 없다. 대안으로 단고추라고 하든, 둥근고추라고 하든, 공고추라고 하든, 착색단고추(착색(着色)한 적 없다)라고 하든, 아무튼 사전 편찬자들이 열심히 연구해 볼 일이다.

언어도 과학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2010년 2월 14일 일요일

새는 현존하는 수각류 공룡


새(조류 bird)도 공룡(dinosaur)에 포함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제는 과학자들이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생 조류(modern bird)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와 같은 수각류 공룡(Theropoda; 이하 수각아목 또는 수각류로 씀)이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출처 : http://www.ucmp.berkeley.edu/


공룡이란 조반목(Ornithischia)과 용반목(Saurischia)으로 구성되는 공룡상목(Dinosauria)에 속하는 생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계통발생학적 분류학에서 공룡을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현생조류(modern bird),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 그리고 그 모든 후손"(1)으로 구성된 생물로 정의한다(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 용반목에 속함)와 이구아노돈(Iguanodon; 조반목에 속함)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을 공룡상목(2)으로 두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 정의를 따르면, 새는 공룡상목의 하위 분류계급(category)인 용반목 수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이다. 수각류의 공통 특징은 두 발로 걷고, 발가락이 3개이고, 뼈는 속이 비었고, 차골(furcula 또는 wishbone)이 있으며, 알은 둥지에 낳아 품거나 보호했고, 깃털이 달렸다는 점 등이 있다. 뼈나 둥지 같은 형질은 화석으로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헉슬리(Thomas Henry Huxley;1825-1895) 시절부터 공룡으로부터 새가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긴 했었다.


하지만, 조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깃털은 공룡 화석에서는 잘 남아 있지 않아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웠다.  1861년 이후로 발굴된 시조새(Archaeopteryx)화석에 깃털 자국이 남아 있긴 했지만, 1990년대 중국 랴오닝성(압록강으로 북한과 국경을 이루는 곳)의 이시안층(Yixian Formation; 백악기 전기에 형성)외 인근 지층에서 깃털이 잘 보존된 공룡 화석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심지어 벨로키렙토르(Velociraptor)도 새처럼 깃털이 있었다는 연구(3)가 나오면서 수각류 공룡들, 그 중 특히 코엘루로사우루스(Coelurosaurs)류의 공룡은 보편적으로 깃털 또는 깃털 이전 형태의 털(protofeather)이 있었다는 결론(4)이 도출되었다.

논문(3)을 토대로 재현한 벨로키렙토르


시노사우롭테릭스(Sinosauropteryx)(5), 공자새(Confuciusornis)(6),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7) 등을 비롯해서 랴오닝성에서 출토된 여러 가지 화석은 새와 공룡의 구분을 없애 주었다. (앞으로 압록강 위쪽의 이 지역에서 더 많은 화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며, 이 덕분에 당분간 수각류 공룡 연구는 중국이 압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이들 깃털 공룡을 토대로 깃털의 색과 생김새를 과학적으로 추론해 냄으로써 예술가들의 상상에만 맡겨 놓았던 공룡의 몸 색깔과 형체를 실체에 가깝게 재현해 내기 시작했다. 깃털이 보존된 화석에서 멜라닌소체(melanosome)의 구조를 분석하고 현재의 조류와 비교해 낸 것이다. 시노사우롭테릭스는 과학자들이 털 색깔을 재현해 낸 최초의 공룡(8)이다.  뒤이어 붙은 학명마저 헉슬리를 지지하는 '안치오르니스 헉슬리이'(Anchiornis huxleyi)' 화석의 깃털 색깔을 재현해 냈다(9).

화석(위)과 논문(8)을 토대로 재현(아래)해 낸 시노사우롭테릭스(출처: http://en.wikipedia.org/wiki/Sinosauropteryx)


일상 언어에서 '새'는 현생조류인 '신조류(Neornithes)'만을 말한다. 린네식 분류에서는 여전히 새가 강(class Ave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조류가 아강(subclas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하향 분류법은 현재 화석 증거로 쏟아지는 진화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

계통발생학적으로 새(Aves)는 "시조새(Archaeopteryx lithographica)와 현생 조류의 가장 최근 조상과 그 후손"(10)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해도 "공룡상목 용반목 수각아목"에서 한참 아래 자리 잡고 있으므로, 새는 공룡이다.  그래서 현생조류를 제외해야 할 때에 쓰이는 '비-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나 '비 조류 수각류 공룡(non-avian theropod dinosaur)'라는 표현을 학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고생물학자 대부분이 현존하는 새를 코엘루로사우루스류의 수각류 공룡으로 취급한다. 2000년대에 와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룡연구 때문에 조류의 재분류작업은 당분간 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가 공룡이라는 계통발생학적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완전한 생물종의 분류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멸종된 생물집단들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한데, 그 모두는 서로간은 물론 현존하는 생명세계에까지 관련되어(11)"있기 때문이다.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지금 1만 종에 달하는 공룡을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데 멸종이라니.(끝)




수각류에서 현생조류에 이르는 분지도




<벨로키랍토르와 새>
*출처

1. Benton, Michael J. (2004). "Origin and relationships of Dinosauria". in Weishampel, David B.; Dodson, Peter; and Osmólska, Halszka (eds.). The Dinosauria (2nd ed.).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 7–19.
2. Olshevsky, G. (2000). "An annotated checklist of dinosaur species by continent." Mesozoic Meanderings, 3: 1–157
3. Turner, A.H.; Makovicky, P.J.; Norell, M.A. (2007). "Feather quill knobs in the dinosaur Velociraptor". Science 317 (5845): 1721.(링크)
4. Prum, R., and Brush, A.H. (2002). "The evolutionary origin and diversification of feathers".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 77: 261–295.(링크)
5. Chen, P; Dong, Z and Zhen, S (1998). "An exceptionally well-preserved theropod dinosaur from the Yixian Formation of China". Nature 391 (8): 147-152.(링크)
6. Hou, L.-H.; Zhou, Z.; Martin, L.D. & Feduccia, A. (1995): A beaked bird from the Jurassic of China. Nature 377: 616-618.(링크)
7. Xu, X., Zhou, Z., and Wang, X. (2000). "The smallest known non-avian theropod dinosaur." Nature, 408 (December): 705-708.(링크)
8. Fucheng Zhang, Stuart L. Kearns, Patrick J. Orr, Michael J. Benton, Zhonghe Zhou, Diane Johnson, Xing Xu, and Xiaolin Wang.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Nature, 27 January 2010(링크)
9. Quanguo Li, Ke-Qin Gao, Jakob Vinther, Matthew D. Shawkey, Julia A. Clarke, Liliana D'alba, Qingjin Meng, Derek E. G. Briggs, Long Miao, Richard O. Prum. Plumage Color Patterns of an Extinct Dinosaur. Science, Online February 4, 2010 DOI: 10.1126/science.1186290 (크)
10. Padian, K. (1998) When is a bird is not a bird? Nature, 393: 729-730.(링크)
11. 에른스트 마이어(최재천외 옮김), 『이것이 생물학이다』, 몸과마음, 2002, 230쪽.

2010년 2월 7일 일요일

무신론 버스 광고, 한국 인본주의 운동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아리안 쉐린과 리차드 도킨스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 주최로 한국에서도 무신론 버스 광고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신론 버스 캠페인(Atheist Bus Campaign)은 2008년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영국 작가 아리안 쉐린(Ariane Sherine)이 가디언 블로그에 올린 글(한국어 번역본)을 통해 처음 이 캠페인을 제안했다. 쉐린은 런던에서 ""사람의 아들(人子)이 올 때,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라는 누가복음 18장을 인용한 광고를 붙이고 다니는 버스를 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무신론 광고를 위한 모금 운동을 호소했다. 반응은 좋았다. 몇몇 학자들과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영국인본주의자 협회(British Humanist Association)와 리차드 도킨스 재단이 주도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2009년 1월에 처음으로 버스 광고를 낼 수 있었다. 문구는 이렇다.

아마도 하나님은 없을 것이다. 이제 염려하지 말고 인생을 즐겨라.
"There's probably no God.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

이 무신론 버스 광고 캠페인은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미국, 핀란드, 독일, 뉴질랜드 등으로 계속 확산됐다(참고).

이번에 서울에서 실시하는 버스 광고는 동양권에서 최초일 것으로 추측한다. 서울 버스 광고에는 "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심판한다는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적혀 있다. 영국 버스 광고에서 '아마도(probably)'를 쓴 이유는 종교계의 반발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한다. 서울의 광고는 영국보다 더 부드럽다.

 서울 버스 광고에 대한 반발은 온당치 않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이다. 자유의 보장은 자유로운 비판을 전제로 한다.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종교에 대한 비판도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10.26. 선고 2006도5924 판결 참고). 부당한 행동으로 표현의 자유를 저지하려 하면 더욱더 고립되기 마련이다. 민주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행동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영국의 버스 광고 캠페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규정짓지 마세요 커서 스스로 선택하게 놔두세요.(Please Don't Label Me. Let me grow up and choose for myself.)"라는 광고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신앙 주입 교육을 철폐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번 서울 버스 광고가 영국의 경우처럼 한국에서 현대 문명 운동, 인본주의 운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

2010년 2월 3일 수요일

광합성 하는 민달팽이


(출처 : newscientist.com)

조류(algae)를 먹어서,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있다. Elysia chlorotica는 복족류에 속하는 바다 민달팽이(sea slug)로,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한다. 짙은 녹색의 몸통은 나뭇잎 모양이다.

특이하게도, 해조류를 뜯어 먹고 사는 이 복족류는 몸 속에 엽록체를 지니고 있어 스스로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이 엽록체가 바로 먹이로 먹는 조류로부터 왔다.

어린 바다 민달팽이는 몸이 갈색이다. 부모의 엽록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녹조류에 속하는 해조류(Vaucheria litorea)를 먹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엽록체는 소화되지 않고 바다 민달팽이의 몸속에 차곡차곡 저장되면서 녹색으로 변한다. 엽록체는 민달팽이 내부에서는 분열하지 않는다. 약 2주 동안 먹이를 섭취하면, 광합성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뒤 몇 달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아도 민달팽이는 살아갈 수 있다.

엽록체 같은 색소체가 없는 생물이 다른 생물의 색소체를 체내에 들여와서 이용하는 현상을  '색소체탈취'(kleptoplasty  : klepto는 '훔치다'는 의미, plasty는 '색소체'를 의미 )라고 한다.

그런데 엽록체 자체의 DNA에는 광합성 기능에 필요한 단백질을 번역해내는 유전자가 10% 밖에 없다. 나머지는 식물 또는 해조류의 핵 DNA에서 나온다. 민달팽이 속에 들어간 엽록체는 광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어떻게 얻을까? DNA를 해독해 본 결과, 다른 식물이나 다른 해조류가 아닌, 바로 민달팽이가 먹는 Vaucheria litorea 의 DNA가 민달팽이의 핵 DNA에 통합되어 있었다. 그래서 엽록체는 민달팽이의 몸속에서도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받으며 광합성을 지속할 수 있었다.

계통상 관계가 먼 생물의 DNA가 통합되는 현상을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이라고 한다. 단세포 생물 간에는 흔히 보고된 현상이지만 해조류와 민달팽이의 경우 처럼 다세포 생물 사이에서는 매우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먹이인 해조류와 포식자인 민달팽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엽록체의 내부공생(endosymbiosis)이나 다세포 생물 사이에서 먹이 유전자가 포식자로 전달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현상 등은 비교적 최근에 새롭게 발견한 현상이다. 앞으로 진화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후속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
1. Rumpho ME, Worful JM, Lee J, et al. (November 2008). "From the Cover: Horizontal gene transfer of the algal nuclear gene psbO to the photosynthetic sea slug Elysia chlorotica". Proc. Natl. Acad. Sci. U.S.A. 105 (46): 17867–71(웹사이트)

2010년 1월 29일 금요일

프리온 단백질의 역할 규명


프리온(prion) 단백질이 신경섬유(nerve fiber) 사이의 전기 신호 전달 속도를 향상하는 말이집(myelin sheath) 형성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변형 프리온이 소의 광우병이나 인간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 같은 특정 뇌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은 밝혀졌지만, 정상 프리온의 역할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려진 게 없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을 비롯한 다른 포유류의 뉴런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프리온의 본래 역할을 규명해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취리히 대학교 신경병리학자 안드리아노 아구지(Adriano Aguzzi)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에서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Prnp gene)를 제거하여 프리온이 만들어지지 않는 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이들 모든 쥐의 좌골신경(sciatic nerve)에서 말이집이 비정상으로 나타났다. 말이집은 신경집세포(Schwann cell)를 둘러싸서 절연체 역할을 하여 뉴런의 전기 신호가 축삭말단(axon terminal)까지 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프리온이 결여된 쥐는 정상 쥐보다 좌골 신경섬유에 흐르는 전기 신호가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런에 프리온을 복원시키면 말이집이 재생되었지만, 신경집세포에 넣으면 말이집이 재생되지 않았다. 프리온이 뉴런에 작용해서 말이집을 형성하게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이런 작용을 하는지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았다. 앞으로 이런 연구들이 프리온 관련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1월 24일자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됐다.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아이티에서 활발한 포교활동을 하는 종교인들

재난으로 고통받는 아이티에 구호의 손길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종교단체들의 특이한 구호 행태가 눈길을 끈다.  

1.  ‘들음으로 믿음이 생긴다’(Faith comes by Hearing)라는 미국의 기독교 단체는 아이티에 성경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게 그냥 성경이 아니다. MP3 플레이어처럼 작동하는 '프로클레이머'(Proclaimer)라고 이름 붙인 '오디오 성경 플레이어'인데, 아이티 사람들을 위해 전기나 배터리 없이 태양 전지로 돌아가게 특별히 제작했다. 그래서 프로클래이머는 "정글, 사막, 심지어 달나라에서도 성경을 틀 수 있다."고 한다.프로클래이머 하나면, 300명이 함께 성경을 들으면서 "아이티 사람들이 희망과 안식을 찾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단체는 한 개 157달러인 이 '성경'을 보급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전개하면서, 지금 당장 3천 개를 더 보내야 한다고 호소 중이다.

2.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라는 종교 단체는 노란 색 옷을 입은 자원 봉사자들(volunteer ministers)을 아이티에 파견했다. 이들은 e-meter라는 물건으로 환자들을 진찰하고, 몸 속 '독소제거술'(purification rundowns라는 것), '접촉 자극술'(touch assists라는 것) 등 그들 고유의 치료법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다.

고통이 심각한 곳일수록 포교활동은 더 활발해지는 듯 하다.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예측된 참사, 그래서 더 안타까운 아이티 지진

12일 21시 53분(UTC), 아이티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사망자가 무려 10만 명에 달하리라고 예상하는 대참사이다. 진원의 깊이(focal depth)가 고작 10km이므로 충격 흡수가 거의 없이 그 진동이 고스란히 지표(진앙, epicenter)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

전체적인 과정으로 보면, 이번 지진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천재지변이 아니다. 꾸준한 단층(fault) 운동으로 에너지가 충분하게 축적되어 발생한 결과이다. 아이티는 지진이 빈번한 엔리킬로-플랜틴 가든 단층 지대(Enriquillo-Plantain Garden fault zone (EPGFZ or EPGZ))에 있다. 이미 008년 3월 산토 도밍고에서 열린 18회 카리브 지질학 회의 때, 과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지진 재해"를 경고했다.(참고 1)

이 때 발표한 논문에서 규모는 7.2이며, 장소는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와 자메이카의 킹스톤(Kingston)이 될 것이라며 큰 재난을 우려했다. 실제 이번에 일어난 지진과 장소, 규모가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리히터(Charles Richter)는 "오직 바보,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만이 지진을 예측한다(Only fools, charlatans, and liars predict earthquakes)"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는 리히터가 살던 시대보다 훨씬 나아졌다. 발달한 과학기술, 정교한 장비, 꾸준한 측정 덕분에 지진 예측 능력은 엄청나게 향상됐다.

과학적 예측은 매우 타당한 증거에서 나온다. 과학에서 본다면 이번 지진도 예측된 당연한 지진이다. 그래서 지진 대비가 없는 낡은 건물, 부족한 구호장비 때문에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현재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

 과학자들도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전반에 걸쳐 과학적 내용을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재난 후 반드시 등장하는 지구 종말론이나 종교적 심판 같은 괴담이 돌아다니며 사회적 기회와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 것이다.

괴담이 퍼지기 전에, 아이티 사람 한 명이라도 더 도와줄 방법을 찾는 것이 구원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다.

참고
1. Mann, Paul, Calais, Eric, Demets, Chuck, Prentice, Carol S., and Wiggins-Grandison, Margaret (March 2008). "Entiquillo-Plantain Garden Strike-Slip Fault Zone: A Major Seismic Hazard Affecting Dominican Republic, Haiti and Jamaica". 18th Caribbean Geological Conference.(웹사이트)
2. Could the Haiti Earthquake Have Been Predicted?, Time (January 13, 2009).(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