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월요일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닥나무'의 황당한 영어 표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금 정창섭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품들이 특이한데, 대게 '닥+숫자'해서 숫자만 다른 제목의 작품이 여러개, '묵고+숫자'해서 숫자만 다른 제목의 작품 여러개 식으로 작품 제목을 달아 놓았다. 작품 옆에는 영어로도 번역된 제목이 붙었다.
 
그 중 이게 도대체 작품 제목을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바로 '닥'의 번역어였다. '닥'은 닥나무의 '닥'인데 작품도 닥종이로 만들어졌다. 이 '닥'이라는 작품 제목을 영어로 'Tak'이라고 번역해 놓았다.

▲'닥'을 'Tak'으로(왼쪽), 귀를 Kwi가 아닌 'Returning'으로 번역한 국립현대미술관.(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웹사이트)


번역을 한 것인지, 교통표지판처럼 발음만 옮겨 놓은 것인지 참으로 한심하다. 제목 뿐만 아니다. 작품설명에서도 '닥나무'를 죄다 'Tak'으로 옮겨 놓았다. 영어에 무식해서 그런지 귀찮아서 그런지 몰라도, 발음만 옮겨 놓았으므로, 번역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작품 '귀'(歸)는 영어로 'Returning'이라고 해 놓았다. '닥' 식으로 하면 '귀'를 'kwi'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감'은 'sympathy'라고 하지 말고 'kyokam'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닥나무는 뽕나무과(Moraceae)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한지를 만드는 데 쓴 닥나무는 닥나무속(Broussonetia) 4종 중 닥나무(Broussonetia kazinoki)와 꾸지나무(Broussonetia papyrifera)이다.

그럼 이 '닥나무'는 영어로 뭘까?

▲뽕나무에 열린 오디.(출처: wikipedia/Jean-Pol GRANDMONT)


뽕나무과 식물 중 오디가 탐스럽게 열리는 뽕나무속(Morus) 나무들을 '멀베리(mulberry)'라고 부르고 나무에 달린 열매인 오디는 'mulberrie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닥나무속 식물도 오디가 열리므로, 통상 mulberry라고 부르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종이를 만드는 재료라는 사실이 서양에 전해져 '페이퍼 멀베리(paper mulberry)'라고 부른다(참고: wikipedia: Morus).

나도양의 원작소설을 각색하여 이두용이 감독을 맡고, 이미숙이 주연(조연: 이대근)으로 출연한 1985년 영화 '뽕'의 영어 제목은 'Mulberry'이다(참고: 두산동아백과사전).
이 '뽕'이라는 영화의 영어 제목을 'Ppong'으로 달아 놓았다면 기가 차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닥'은 'Tak'이 아니라 'Paper mulberry'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가 아니라 Kukriphyundaemisulkwan아닌가?

2010년 9월 16일 목요일

"나라면 카드뮴 '낙지 머리'는 먹고 대신 쌀밥을 줄이겠다."

[프레시안]이라는 매체에 "나라면 카드뮴 '낙지 머리'는 먹지 않겠다"는 아주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형편없는 기사가 떳다.

"이번에 서울시가 분석·발표한 낙지와 문어 머리(내장)에 들어있는 카드뮴 양은 한 달에 한번을 먹더라도 유럽연합 식품안전국(EFSA·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이 허용한 기준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라며, 그래서 글쓴이는 먹지 않겠다고 한다.


2009년 3월 20일자로 배포한 유럽연합 식품안전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의 새로운 카드뮴 주간섭취허용량(tolerable weekly intake; TWI)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유럽연합 주간섭취허용량이 사람몸무게 1kg당 2.5ug, 즉 60kg 성인이 1주일에 카드뮴을 150ug까지 허용되므로,  29.3㎎/kg이 검출된 중국산 낙지를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에 낙지 내장을 5g 이상 먹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한다.


낙지 한 마리를 200g이라고 하고, 낙지의 내장비율을 10% 정도 이므로 내장 무게가 20g이므로 앞의 중국산 낙지를 기준으로 하면, 내장에 카드뮴 0.586mg이 나오며, 내장 5g 일때 약 0.1465mg(146ug)이므로 계산은 대충 맞아떨어진다.  


그러면서,


 "카드뮴 섭취는 낙지 머리(내장)와 먹물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해산물과 각종 채소와 곡류를 통해서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실제로 낙지 머리는 일주일에 2~3g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낙지 한 마리가 아무리 작아도 20~30g(보통은 150g 이상)은 족히 될 터이므로 한 달에 한 번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적어도 낙지 머리는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이 된다"


고 한다. 낙지에서 카드뮴은 거의 다 내장에만 축적되어 있으므로 위의 인용문을 내장으로 해석하면, 200g 낙지 한 마리 내장이 대략 20g이므로 유럽 기준으로 살려면 대충 맞는 말 일수도 있겠다.(150g은 뭔 소린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참에 나는 맛있는 낙지를 포기하지 않고, 쌀밥을 포기하기로 했다.


쌀의 카드뮴 허용치는 0.2mg/kg이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은 약 100g이므로 일주일에 7 공기면 140ug으로 괜찮고, 8 공기를 먹어버리면 160ug으로 유럽의 카드뮴 주간섭취허용량을 넘어 버린다.


기사에 따르면 "카드뮴 섭취는...다른 해산물과 각종 채소와 곡류를 통해서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실제로" 쌀밥은 일주일에 2-3 공기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WHO의 카드뮴 주간 섭취량은 7ug/kg으로 유럽보다 관대한데, 몸무게 60kg 기준으로 주간 0.42mg(420ug)이다. 이를 쌀로 환산하면 21kg(=카드뮴 0.42mg), 즉 밥 21 공기 이상 먹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음식으로 카드뮴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매일 3끼 꼬박꼬박 밥 한 그릇을 먹는 것만으로 관대한 WHO 카드뮴 기준을 채워버린다. 그래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나라 사람들보다 체내 카드뮴량이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카드뮴 없는 쌀을 개발하고 있다.


카드뮴은 일반적으로 육류보다는 채소와 곡류를 통해 많이 섭취하게 된다. 유럽연합 식품안전국도 채식주의자들은 카드뮴 섭취량이 주간허용량을 2배 초과하므로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카드뮴 때문에 낙지 대가리로 고민하지 말고, 이 참에 쌀밥과 채소를 확 끊는 것이 "이타이이타이병이나 단백뇨, 골연화증,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더 현명한 방법이다.


*참고

농식품안전정보서비스. <일본, 식품중의 카드뮴 대책에 관한 금후의 연대에 관하여>.

농식품안전정보서비스. <미국, 수은: 쌀이 위험할 수 있음>.

[한국일보]. 2006.9.5. <폐광 관리않더니… '중금속 쌀'이 식탁에>.

[메디컬투데이]. 2008.10.13.<작년 카드뮴오염 쌀 2t 폐기>.

[YTN].2004.9.21.<'카드뮴 오염 벼 3년간 78t 폐기'>.

2010년 9월 15일 수요일

낙지 카드뮴 대가리 논란에 부쳐

서울시가 낙지 대가리 속 내장만 꺼내어 검사하고는 카드뮴 함량이 기준치(2ppm)의 최고15배(중국산)나 넘었다고 했다. 그러자 즉각 식약청이 잘못된 검사라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은 따로 꺼내어 먹지도 않는 낙지 문어 쭈꾸미의 내장만을 검사한 서울시의 비합리적인 검사에 그 책임이 있다.

카드뮴은 지구표면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식물에 당연히 뿌리를 통해 흡수되며 이걸 먹는 동물에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동물이 카드뮴의 독성에 매우 취약했다면 아마 지구상에서 진화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식물에서도 잎이나 줄기 보다는 뿌리에 카드뮴이 많듯이, 동물에서는 내장에 많을 수밖에 없다.  카드뮴이 온 몸통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을 수 없다. 카드뮴이 검출 안 되는 생물도 없다.

이번에 카드뮴 기준치를 무려 10배를 초과했다 '카더라'고 하는 국내산 내장 함유 카드뮴 20ppm짜리 국내산 생물낙지를 먹는다고 하자. 여기서 몸통에는 카드뮴이 없다고 친다. 낙지는 몸에서 내장이 차지하는 비율을 10%(식약청은 9%로 환산. 따라서 내장만 꺼내 검사하려면 9배 기준치로 상향해야 한다.)로 한다. 내장 카드뮴 20ppm이면, 낙지 전체로 환산하면 2mg/kg이 된다(식약청 기준치에 딱 맞아버렸다). 낙지 한 마리는 200g이므로 1/5로 계산하면 낙지 한 마리당 0.4mg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연간 쌀 섭취량이 70kg이다. 쌀의 식약청 카드뮴 기준치는 0.2mg/kg이므로, 위의 낙지처럼 기준치에 턱걸이한 쌀로 먹는 카드뮴은 14mg/년이 된다. 위의 낙지로 환산하면 1년 동안 35마리를 먹어야지 쌀로 먹는 카드뮴과 같아진다. 참고로 매년 기준치를 초과한 쌀은 정부가 수매해서 폐기한다.

뉴스를 보면 어느 소비자 단체에서는 "소비자로서는 머리가 영양성분이 많아서 유익한 줄 알고 익혀 먹었다"고 하는 데, 이런 엽기적 식생활을 하는 자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먹어야 한다. 검역 안 된 뱀탕, 개고기, 사슴피 먹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만약 낙지 머리 부위가 다른 부위에 비해 카드뮴이 집중적으로 축적되는 특성에도 풍부한 영양성분을 함유했다든지 상대적 장점이 있다면 식약청은 득과 실을 연구해 알려주면 좋지 않겠느냐" 고 하는 데, 삶던 문어 대가리가 튀어나와 웃을  소리이다. 내장 속 깊숙한 곳에 '몸에 좋다 카더라'라는 게 들어 있어 봤자 기껏 아미노산(단백질) 아니겠는가? 아미노산 섭취하려고 두족류 내장을 빨아먹는 수고는 할 필요없다.

카드뮴 기준치는 식습관을 고려해서 주당 7ug/kg만 넘지 않도록 설정하면 될 일이다. 이번 낙지 사태는  내장만 꺼내는 해괴한 검사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퍼트린 서울시의 잘못이다.

*참고
식품의약품안전청. 2010.09.14. 설명자료(낙지머리(내장) 중 카드뮴 기준치 검출 보도관련).
서울신문. 2010. 9. 15.‘낙지머리 카드뮴’ 진실은…

2010년 8월 30일 월요일

[스크랩]외래종 꽃매미의 습격, 경계 필요

외래종 꽃매미의 습격, 경계 필요

 

 

 꽃매미 성충. 몸길이는 약 2cm이다. (서울 초안산=직접 촬영)

 

중국산 외래종으로 생태계 피해 우려

 

아열대성 외래곤충 꽃매미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로는 꽃매미가 치악산, 계룡산, 내장산 국립공원에 이미 정착했으며, 나무에 잎마름을 유발하는 등 이미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꽃매미는 1932년 우리나라에 문헌상으로 보고되었으나 이후 발견된 적이 없다가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나타났다. 그 후 2006년 서울 경기지역 도심에 확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 곤충의 생김새에 따라 '주홍날개꽃매미'라 불렀으나 현재 학계에서는 '꽃매미'로 고쳐 부른다.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추정한다.

 

이름 때문에 착각하기 쉽지만, 꽃매미는 매미가 아니다. 매미는 매미과에 속하는 생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인데, 꽃매미는 매미과가 아닌 꽃매미과에 속한다. 따라서 매미와 달리 공명판이 없어 울지 않으며, 땅속 생활도 하지 않는다.

  

매미와 달리 땅속 생활을 하지 않아

 

꽃매미는 매년 발생하며 나무줄기 등지에서 알 상태로 겨울을 난다. 올해 1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영하 20도 이하의 추위가 지난 다음 꽃매미 알을 채집해 실험실 조건에서 부화하는 것을 관찰하여 올해도 꽃매미가 대 유행하리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알은 보통 4월 말쯤에 부화한다. 갓 알에서 깨어나면 몸통이 흰색이지만 곧 검은 바탕의 흰 반점으로 덮인 상태로 3번의 허물을 벗고 나면 붉은색 등에 검은 반점을 띈 약충(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애벌레를 일컫는 말)으로 변한다. 한 번 더 허물을 벗으면 성충이 된다.

 

성충은 대략 7월 초부터 활동을 하고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산란한다. 알은 길이가 3mm 정도이며, 주로 나무줄기에다 한 번에 40개 정도 여러 줄을 지어 낳는다. 저온으로 죽을 때까지 성충 한 마리가 낳는 알은 약 400개이다.

 

 

▲ 수액을 빨아먹고 있는 꽃매미 약충 (사진=국립환경과학원.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 II])

 

수액을 빨아 먹어 나무에 피해를 입혀


꽃매미는 약충과 성충 모두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꽃매미는 특히 가죽나무와 포도나무를 좋아한다. 따라서 대 번성할 경우 나무의 집단 고사나 포도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설물 탓에 그을음병이 발생한다. 그을음병은 당을 먹고 자라는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여 과일이 상하게 되는 병으로, 꽃매미 배설물에는 당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배설물이 과일 위에 떨어지면 그을음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농업의 피해뿐만 아니다. 꽃매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다른 나무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연기군 금강 일대 4헥타르의 버드나무 군락에 잎마름이 진행 중이며, 산지와 하천변의 버드나무와 때죽나무를 따라 꽃매미가 확산하고 있다.

 

효과적인 방제는 알 제거

 

현재 효과적인 살충제가 선별되어 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생태계 피해가 우려되고 주변으로 도피한 뒤 다시 날아들 수 있어 좋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알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알을 긁어내어 파괴하거나 열처리하여 부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

 

꽃매미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고, 앞으로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큰 외래종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속적으로 조사와 관찰을 하고 있으며, 올해 과학원이 발간한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 II]에 꽃매미를 수록하여 국민들에게 자세한 사진과 생태를 알리고 있다.

 

전자책자는 환경부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정부 당국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과 방제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때이다.

 

※ 참고자료

 

김종민 외. 2010. 한국의 주요 외래생물 II. 국립환경과학원.

박지두 외. 2009. 꽃매미(Lycorma delicatula)의 생태 특성 및 약제 살충 효과. 한국응용곤충학회. 48(1):53-57

이정은 외. 2009. 식물에 대한 꽃매미의 섭식행동과 섭식자극.한국응용곤충학회.48(4): 467-477

국립환경과학원 보도자료: "외래종 꽃매미 한국의 추운 기후에서도 지속 출현 우려"

환경부 보도자료: "주요 외래생물의 길잡이 책자 발간"

환경부 보도자료:  "집쥐, 가시상치 등 확산되는 외래종 관리 필요"


스크랩 출처 : 환경부 블로그 초록나래( http://blog.daum.net/mepr_greenwing/7632601)

2010년 8월 29일 일요일

중국매미는 어떻게 꽃매미가 되었을까?


일명 '중국매미'라는 곤충이 요즘 들어 흔히 나타난다. 농가에서는 물론이고 도심 한 복판에도 떼지어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이 곤충은 매미가 아니다. 매미는 매미과 곤충을 일컫는 말인데, 중국매미는 매미과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땅속 생활도 하지 않으며, 공명판이 없어 울지도 않는다.

중국매미의 정식 이름은 꽃매미이고 꽃매미과에 속한다.


그럼 어째서 '꽃매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꽃매미의 학명은 리코르마 델리카툴라(Lycorma delicatula)이다. 1932년 일본 곤충학자 '도이(Doi)'가 우리나라의 꽃매미과 곤충 1종을 발견하고 리코르마류(類)(Lycorma sp.)라고 조선박물학회잡지(조선박물학회)에 발표했다(1). 그러나 나중에 잘못 동정한 것을 깨닫고 리코르마류(Lycorma sp.)를 삭제하고 리모이스 에멜리아노이(Limois emelianov)로 수정했다. 그러나 1975년 발간한 <한국동물명집>(향문사)은 수정된 기록을 보지 못하고 도이의 최초 논문만을 참고하여 우리나라 꽃매미과 생물은 에멜리아노이(L. emelianov)가 아닌 리코르마 델리카툴라(L.delicatula)가 있다고 인쇄된 채로 출판했다. 이 때 과명이 생물명일 경우 대표하는 한 종에 과 명과 똑같은 이름(즉, 지역명)을 부여하는 관례에 따라, 꽃매미과에 1종밖에 없으므로 학명 리코르마 델리카툴라에다 '꽃매미'라는 우리말 지역명을 붙여 출판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1979년 문교부가 발간한 <한국동식물도감>에는 도이의 논문과 향문사의 <한국동물명집>을 모두 참고하여(도감을 발행하려면 일단 이전의 기록을 모두 모을 것이다.) 꽃매미과에  리코르마 델리카툴라(L.delicatula)와 에멜리아노이(L. emelianov)를 모두 실어놓고, 델리카툴라는 '꽃매미', 에멜리아노이는 '희조꽃매미'라는 우리말 이름을 붙여 놓고 델리카툴라(꽃매미)는 표본도 없고 그동안 채집된 적도 없기 때문에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적어 놓았다.


1990년 곤충학자 경북대 권용정 교수가 델리카툴라(꽃매미)는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에 삭제하고, 꽃매미과 곤충은 에멜리아노이(희조꽃매미) 한 종만 있기 당연히 희조꽃매미가 우리나라 꽃매미과 대표 생물이 되므로 우리말 이름을 '꽃매미'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한국곤충명집(한국응용곤충학회, 한국곤충학회 공저. 1994)에서 에멜리아노이(희조꽃매미)를 '꽃매미'로 고쳤다.

희조꽃매미(출처: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2004년 충남 천안에 이상한 곤충이 나타났다. 동정 결과, 꽃매미과 생물로 확인하여 2006년 한정민 등이 '주홍날개꽃매미'라는 가칭을 붙여 학계에 구두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 디엔에이 바코딩(DNA barcoding) 기법으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리코르마 델리카툴라로 확인되었고, 이를 2008년 한국곤충학회에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명 출판 선취권을 인정(<한국동물명집>(향문사))해서 델리카툴라를 '꽃매미'로 고쳐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논문은 주장한다(2).


이에 따라 델리카툴라는 2004년 처음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추정되지만(그래서 '중국매미'로 부른다.), 기록상으로는 미리 우리말 이름을 얻어 놓고 있었기 때문에 '꽃매미'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꽃매미로 부르던 에멜리아노이는 '희조꽃매미'로 되돌아갔다.


최근 신문 잡지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는 1932년 일본 곤충학자 도이가 처음 꽃매미과 곤충 희조꽃매미(Limois emelianovi Oshanin 1908)와 꽃매미(Lycorma delicatula White, 1845) 2종을 모두 보고했다고 하나 이는 논문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이 기사 저 기사를 참고하였기 때문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 '꽃매미'는 매미인가?


곤충은 분류 계급(계-문-강-목-과-속-종)상 절지동물문 곤충강에 속한다. 곤충강은 날개의 진화를 토대로 고시(한자로 옛 고, 날개 시)아강과 신시아강으로 나눈다. 고시아강에는 잠자리목과 하루살이목이 있고, 나머지 곤충은 신시아강이다. 신시아강에는 내시하강(날개의 원형이 유충때는 몸 안에 있다가 성충 때 나온다. 대부분 유충의 모습은 성충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즉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를 한다.)과 외시하강(날개의 원형이 유충 때부터 있고 대부분 유충의 모습은 성충과 비슷하다. 내시하강 유충과 구분하기 위해 '약충'이라고 한다. 즉 번데기 과정이 없는 불완전변태를 한다.)이 있다.


꽃매미는 신시아강-내시하강-반시목((또는 매미목;Hemiptera, 반(hemi)시(ptera)라는 말은 앞날개가 몸통과 연결된 아래쪽은 딱딱하지만 위로 올라갈 수록 잠자리날개처럼 부드러워져 무당벌래처럼 앞날개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에 속하고 반시목에는 4개의 아목이 있다. 매미아목 (Auchenorrhyncha), 초문아목 (Coleorrhyncha), 노린재아목 (Heteroptera), 진딧물아목 (Sternorrhyncha)이다. 매미아목에는 아래와 같은 상과가 있고 상과 아래 여러 과들이 있다.


거품벌레상과(Cercopoidae)

가시거품벌레과(Machaerotidae)

쥐머리거품벌레과(Cercopidae)

거품벌레과(Aphrophoridae)

뿔매이상과(Membracoidae)

뿔매미과(Membracidae)

매미충상과(Cicadelloidae)

매미충과(Cicadellidae)

꽃매미상과(Fulgoroidea)

큰날개매미충과(Ricaniidae)

알멸구과(Issidae)

긴날개멸구과(Derbidae)

줄강충이과(Meenoplidae)

좀머리멸구과(Achilidae)

선녀벌레과(Flatidae)

방패멸구과(Tropiduchidae)

꽃매미과(Fulgoridae)

개미땅멸구과(Tettigometridae)

상투벌레과(Dictyopharidae)

장삼벌레과(Cixiidae)

멸구과(Delphacidae)

 매미상과(Cicadoidea)

매미과 (Cicadidae)


이 중에서 매미상과에는 매미과만이 있고, 이들 대부분 땅속에서 유충으로 몇년을 보내고, '공명판'이 있어 시끄럽게 울어댄다. 이 매미과(또는 매미상과)의 곤충을 통틀어 '매미'라고 부른다. 위에서 보다시피, 꽃매미상과에는 벼멸구 따위의 멸구류들이 많다. 꽃매미와 멸구는 매미보다 계통상으로 가깝다는 뜻이다.


 꽃매미과 생물들은 대부분 열대나 아열대에 산다. 우리나라에서 꽃매미과 생물에는 '희조꽃매미' 한 종만 있었는데, 중국에서 꽃매미가 들어왔기 때문에 2종이 되었다. 분류학적으로 봤을 때, 매미보다 멸구에 가까운 꽃매미를 '중국매미'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주홍날개꽃매미'도 없애고 '중국매미'도 없애자. 이제 꽃매미는 꽃매미 본래 이름을 찾았다. 꽃매미.


우리나라의 생물학 중에서 자생생물 또는 분류학의 관심이나 연구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 일본 강점기 때 일본 학자들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자생생물을 대거 기록한 이후에는 우리 스스로 제대로 된 연구 역량을 투자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확인 조사는 안 하고 '조선박물지'를 비롯하여 일본인의 기록에 의존해 왔었다. 혼란을 겪은 적 있는 '꽃매미'와 '희조꽃매미' 사태가 한 예이다. 예컨데 우리나라 특산 식물 중에서 학명 뒤에 일본 생물학자 나카이(Nakai) 이름이 붙지 않은 식물이 드물 정도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생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


참고자료

1. Doi, H. 1932. Miscellaneous notes on insects 1. J. chosen Natural Hist. Soc. 13: 30-49 (In Japanese).

2. Han, J.M., H. Kim, E.J. Lim, S. LEE, Y. J. Kwon and S. Cho. 2008. Lycorma delicatula (Hemiptera: Auchenorrhyncha: Fulgoridae: Aphaeninae), finally, but suddenly arrived in Korea. Entomol. Res. 38: 281-286.(웹페이지)

3. 한정민, 2010. Studies on taxonomy of Korean fulgoridae (Hemiptera) and introduction of Lycorma delicatula to Korea. 충북대학교.

4. http://blog.naver.com/akababya?Redirect=Log&logNo=120096510166


2010년 7월 8일 목요일

고추 피망 파프리카 너무나 이상한 구별

고추 피망 파프리카는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대한민국 표준 사전이라 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고추, 피망, 파프리카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고추01
「명」「1」『식』가짓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90cm이며, 잎은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여름에 흰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피고 열매는 장과(漿果)이다. 잎과 열매를 식용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온대, 열대에서 널리 재배된다.≒당초02(唐椒)˙번초(蕃椒). (Capsicum annuum)

피망 (프piment)
「명」『식』「1」가짓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60cm 정도이며 가지는 적고 잎은 크다. 7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짧은 타원형의장과(漿果)로 꼭대기가 납작하고 세로로 골이 져 있으며 10월에 익는다. 매운맛이 별로 없으며, 풋것은 여러 가지로 조리하여먹고 완전히 익어 붉은 것은 향신료로 사용한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서양고추. (Capsicum annuum var.angulosum)

파프리카 (헝paprika)
「명」『식』 고추의 한 품종. 그 꼬투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서 서양 요리의 향신료로 쓰는데, 주로 헝가리에서 쓴다. (Capsicum frutescens)

'고추'야 틀릴 일도, 모를 일도 없을 테지만, 설명만 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는 어떻게 다른지 쉽게 구분이 안 간다. 다행히 뒤에 학명(scientific name)을 적어 놓았다.(파프리카 항목을 보면 고추(Capsicum annuum)의 한 품종이라고 해놓고 학명은 품종이 아니라 다른 종이다. 사소한 문제라 일단 넘어간다.) 그러니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Capsicum annuum은 고추,  C. annuum var. angulosum은 피망, C. frutescens는 파프리카라는 말이다.그러니 실물로 보면 되겠다.
▲국어사전에서 '피망'이라고 주장하는 식물. 일본이 개발한 품종이다.

▲국어사전에서 '파프리카'라고 주장하는 식물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국어 사전의 내용이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겠다.

영어 사전을 한 번 찾아보자(일단임의로 sweet pepper는 단고추로, bell pepper는 둥근고추로 번역한다). 먼저 아래에 나오는 사전들에서피망(piment)을 찾으면 항목이 없다. 영어가 아니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웹스터(Marriam-Webster) 온라인판에서 파프리카(paprika)를 찾으면 "갈아놓은 고추라는 뜻의 papar에서 유래한 헝가리어"라고 어원을 밝혀 놓고서 "각종 단고추(sweet pepper)를 말려서 곱게 갈아 만든 순하고 빨간 조미료, 또는 파프리카를 만들기 위한 단고추."라고 나온다.

롱맨 현대 영어 사전(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에는 "육류나 다른 음식에 약간 매운 맛을 첨가하는 데 쓰이는,  단고추 종류로 만든 빨간 가루" 라고 해 놓고, 양념통에 담긴 '고추가루' 사진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주장을 사실로 만든 위키백과(Wikipedia) 영문판에서 찾아보면 "파프리카는 안 매운 빨간 또는 녹색 둥근고추(bell pepper; Capsicum annuum)를 말려서 갈아만든 향신료이다. 많은 비 영어권 유럽 나라에서는, 파프리카라는 단어가 둥근고추(bell pepper) 자체를 가리킨다. 이조미료는 음식에 색깔과 향을 첨가하기 위해 많은 요리에 사용된다."고 나온다.

사전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영어에서는 공통적으로 '파프리카'는 '안 매운 고추가루'를 가리킨다.

wikipedia: a spice made from the grinding of dried sweet red or green bell peppers
Longman: a red powder made from a type of sweet pepper
Webster : a usually mild red condiment consisting of the dried finely ground pods of various sweet peppers

그럼, 영어 사전에는 안 나오는 '피망'의 정체는 무엇일까?

piment이라는 철자에서 ment를 앙으로 발음한다면 불어(프랑스어) 발음이다. 대부분 단어에서 다음 단어와 연음(liaison;리에종)이 되지 않으면 피망의 't'처럼 끝 철자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비자음(consonnenasale) m이나 n다음에 오는 an, en, in, on, un이 비모음(voyelle nasale)으로 발음되는 불어에서, -ent가  '앙'이라는 비모음으로 발음하는 현상도 불어의 특징이다.

르 쁘띠 로베르트 불어 사전(Le Petit Robert Dictionnaire)에서 피망(piment)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더운 지역 원산으로, 그 열매를 이용하려고 재배하는 초본 재배식물 또는 이 식물의 열매.”라면서 단고추(piment doux)는 poivron을 보라고 표시해 놓았다.  

불어판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피망(piment) 또는 매운 피망(piment fort)이라는 단어는 가지과의 1년생 식물 몇 종을 통칭할 때 쓰는 명사이다. 이것은 남아메리카 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유래됐으며, 열매를 식료품이나 향신료 용도로 사용하려고 채소로 재배하는 식물이다. 이말은 이 식물의 열매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단어는 캅시쿰 속(genre capsicum)의 다섯 종을 가리킨다."고 나온다.

Le terme piment ou piment fort (Légume vert ou rouge) (qc) est un nomvernaculaire utilisé pour désigner plusieurs espèces de plantesannuelles de la famille des Solanacées. Elles sont originairesd'Amérique du Sud et d'Amérique centrale, cultivées comme plantepotagères pour leurs fruits aux qualités alimentaires et aromatiques.Le terme désigne aussi le fruit de cette plante. Le mot correspond àcinq espèces du genre capsicum.


이들 사전으로 헤아려 보면 불어에서 '피망(piment)'이란 일반적인 고추 속 식물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불어판 위키의 piment항목에서 영어 항목으로 전환하면 chili pepper가 나온다.

따라서, 불어의 piment은 우리말 '고추'를 뜻한다. 그럼 우리가 말하는 '피망'은 불어로 무엇일까? 불어로, 특별히 캡세이신(Capsaicin)이 없어 매운 맛이 안 나는 둥근 모양의 '단고추'는 poivron(프와브롱)이라고 부른다(영어의bell pepper). 색깔별로 초록 프와브롱(poivron vert), 노란 프와브롱(poivron  jaune), 빨간 프와브롱(poivron rouge)으로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이 세개를 하나씩 담아 꾸러미를 만들어 '삼색 푸와브롱(poivron tricouleur)'이라며 팔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피망'으로 부르는 것은 불어로'poivron(프와브롱)'이고, 우리가 고추라고 부르는 것은 불어로 'piment(피망)'이다(이 내용은 위키백과 한국어 항목'단고추'에서도 짤막하게 나온다). 굳이 위에서 늘어놓은 장황한 설명도 필요 없이, 당장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poivron'과  'piment'을 넣어 나오는 결과만 봐도 확실히 알게 된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프랑스의 poivron이 한국에 와서 piment이 되었을까?

영문판 위키백과의 우리가 ‘피망’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되는 bell pepper 항목을 보면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후추 또는 고추를 의미하는) 프와브르와 같은 어원으로 이것을 "프와브롱"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ピーマン('피만', 불어에서 유래)이라는 단어는 녹색 bell pepper만을 가리키며, 반면 パプリカ("파프리카",paprika에서 유래)는 다른 색깔의 bell pepper를 가리킨다.

In France it is called "poivron", with the same root as "poivre"(meaning "black pepper", or "piment." In Japan, the word ピーマン ("pîman,"from the French) refers only to green bell peppers, whereas パプリカ("papurika," from paprika) refers to bell peppers of other colors.

이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쓰는 용법과 똑같다. 위키백과의 내용이 정확하다고 가정 한다면, 녹색 bell pepper를'피망'이라고 부르고, 그 외 다른색 bell pepper를 '파프리카'라고 부르는 엉터리 외래어는 일본에서 유래되었다고짐작된다.

이렇게 말이 꼬이다 보니, 일본어 위키백과 ピーマン('피만')에서 불어 항목으로 전환하면, piment이 아니라, poivron(프와브롱)이 나온다(물론 영어로 전환하면 bell pepper가 나온다). 가지각색의 단고추가 나오는 "パプリカ(파프리카)"에서 불어 항목으로 전환해도 poivron이 나온다(마찬가지로 영어로 전환해도 bell pepper가 나온다). 불어에서 유래한 '피만(ピーマン)'이 잘못된 사용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걸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국도 일종의 '코랑세(corançais=coréen(우리말)+français(불어))'를 쓰는 꼴이다.

우리말로 된 네이버의 두산동아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가관이다. 피망은 없고 파프리카를 찾아보면 "유럽에서는 모든 고추를 파프리카라고 부른다."는 말이 안 되는 설명을 실어놓았다. 유럽은 50여개 국에, 7억이 넘는 인구에다 온갖 민족이 섞여 있다. 인도-유럽어족이 대부분이라 해도, 슬라브어 계통,게르만어 계통, 라틴어 계통으로 갈라져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데 ‘모든’이나 ‘일부’같은 양화 개념도 없이 그냥 '유럽'이라니,이건 논리에 맞지 않다.

로베르트 불어사전에서 paprika는 "1922년. 헝가리어 유래. 특별히 헝가리음식에 사용하는 안 매운 고추(piment doux)의 가루"라고 짧게 나온다. 불어 위키백과도 영어의 paprika와 설명이매우 유사하다. 대부분의 유럽에서 ‘모든 고추’를 paprika라고 부르겠지만, 적어도 영국과 프랑스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 뒤에 나오는 설명도 횡설수설이다. 네이트에 탑재된 한국브리테니카 백과사전은 "고추의 열매로 만든 향료"라며 마치 영국 브리테니커 항목을 번역한 듯한 설명이 나오다가, 뒤에 가면 고추의 한 품종이라며 오락가락한다.

우리가 ‘피망’ 또는 ‘파프리카’라고 부르는 둥근 모양의 고추는 영어로 bell pepper이다. 모양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불어로 piment(피망)이 아니라 poivron(프와브롱)이다.

우리말 고추속(屬) 식물과 그 과실을 뜻하며, 매운 맛이 연상되는 ‘고추’에 해당하는 영어는 ‘chili pepper'이고,불어로는 piment(피망)이다. 다른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paprika‘라고 부른다. 또는 영어권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언어권에서 캡시쿱(Capsicum)이라는 속명(屬名)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면 ’고추류‘가 되겠다.

영어에서 sweet pepper와 hot pepper는 고추의 맛을 기준으로 나눴다. ‘단고추’라는 말도 영어의 sweetpepper를 번역한 말이라고 추측된다. 이 sweet pepper의 불어는 piment doux이다. (이 단고추는 원어민의일상에서 영어의 'bell pepper', 불어의 poivron과 같은 말로 쓰인다.) 다양한 변종과 품종의 고추를 각 언어별로어떻게 부르는 지를 알려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된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표준국어 대사전도 고쳐야 한다. 일단 학명부터 고쳐 놓아야 한다. 사전에 오류가 없을 리가 없겠지만,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불합리한 언어 습관이 있다면, 억지로라도 유도해야 한다. '자장면'처럼 말이다.

외래어 수용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수용할 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우에 따라서 잘못쓰이는 '콩글리쉬'도 별 문제가 없다면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사물과 대응이 안 되는말인 경우에는 혼란이 생긴다.

같은 Capsicum annuum의 한 재배종(cultivar)에서 생산된 똑같은 것인데, 덜 익으면 일반적 고추를 뜻하는 잘못된 불어인 ‘피망’이었다가, 다익어서 빨갛거나 카로티노이드가 좀 더 함유되어 노랗다고 해서 역시 일반적 고추를 뜻하는 헝가리어 ‘파프리카’로 변신해 버리는 언어 습관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여기서 열심히 '피망'과 '파프리카'를 골라 내야 한다.

'피망'은 어짜피 잘못된 불어이니까 버리는 편이 좋겠다. 다른 언어권에서 쓰는 파프리카라는 말도 그냥 '고추'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 고추 대신 파프리카를 쓸 이유도 없다. 대안으로 단고추라고 하든, 둥근고추라고 하든, 공고추라고 하든, 착색단고추(착색(着色)한 적 없다)라고 하든, 아무튼 사전 편찬자들이 열심히 연구해 볼 일이다.

언어도 과학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2010년 2월 14일 일요일

새는 현존하는 수각류 공룡


새(조류 bird)도 공룡(dinosaur)에 포함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제는 과학자들이 거의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생 조류(modern bird)가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와 같은 수각류 공룡(Theropoda; 이하 수각아목 또는 수각류로 씀)이라는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출처 : http://www.ucmp.berkeley.edu/


공룡이란 조반목(Ornithischia)과 용반목(Saurischia)으로 구성되는 공룡상목(Dinosauria)에 속하는 생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계통발생학적 분류학에서 공룡을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현생조류(modern bird),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 그리고 그 모든 후손"(1)으로 구성된 생물로 정의한다(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 용반목에 속함)와 이구아노돈(Iguanodon; 조반목에 속함)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을 공룡상목(2)으로 두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 정의를 따르면, 새는 공룡상목의 하위 분류계급(category)인 용반목 수각아목에 속하는 공룡이다. 수각류의 공통 특징은 두 발로 걷고, 발가락이 3개이고, 뼈는 속이 비었고, 차골(furcula 또는 wishbone)이 있으며, 알은 둥지에 낳아 품거나 보호했고, 깃털이 달렸다는 점 등이 있다. 뼈나 둥지 같은 형질은 화석으로 잘 보존되었기 때문에 헉슬리(Thomas Henry Huxley;1825-1895) 시절부터 공룡으로부터 새가 진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긴 했었다.


하지만, 조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깃털은 공룡 화석에서는 잘 남아 있지 않아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웠다.  1861년 이후로 발굴된 시조새(Archaeopteryx)화석에 깃털 자국이 남아 있긴 했지만, 1990년대 중국 랴오닝성(압록강으로 북한과 국경을 이루는 곳)의 이시안층(Yixian Formation; 백악기 전기에 형성)외 인근 지층에서 깃털이 잘 보존된 공룡 화석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심지어 벨로키렙토르(Velociraptor)도 새처럼 깃털이 있었다는 연구(3)가 나오면서 수각류 공룡들, 그 중 특히 코엘루로사우루스(Coelurosaurs)류의 공룡은 보편적으로 깃털 또는 깃털 이전 형태의 털(protofeather)이 있었다는 결론(4)이 도출되었다.

논문(3)을 토대로 재현한 벨로키렙토르


시노사우롭테릭스(Sinosauropteryx)(5), 공자새(Confuciusornis)(6),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7) 등을 비롯해서 랴오닝성에서 출토된 여러 가지 화석은 새와 공룡의 구분을 없애 주었다. (앞으로 압록강 위쪽의 이 지역에서 더 많은 화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며, 이 덕분에 당분간 수각류 공룡 연구는 중국이 압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이들 깃털 공룡을 토대로 깃털의 색과 생김새를 과학적으로 추론해 냄으로써 예술가들의 상상에만 맡겨 놓았던 공룡의 몸 색깔과 형체를 실체에 가깝게 재현해 내기 시작했다. 깃털이 보존된 화석에서 멜라닌소체(melanosome)의 구조를 분석하고 현재의 조류와 비교해 낸 것이다. 시노사우롭테릭스는 과학자들이 털 색깔을 재현해 낸 최초의 공룡(8)이다.  뒤이어 붙은 학명마저 헉슬리를 지지하는 '안치오르니스 헉슬리이'(Anchiornis huxleyi)' 화석의 깃털 색깔을 재현해 냈다(9).

화석(위)과 논문(8)을 토대로 재현(아래)해 낸 시노사우롭테릭스(출처: http://en.wikipedia.org/wiki/Sinosauropteryx)


일상 언어에서 '새'는 현생조류인 '신조류(Neornithes)'만을 말한다. 린네식 분류에서는 여전히 새가 강(class Ave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신조류가 아강(subclas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하향 분류법은 현재 화석 증거로 쏟아지는 진화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

계통발생학적으로 새(Aves)는 "시조새(Archaeopteryx lithographica)와 현생 조류의 가장 최근 조상과 그 후손"(10)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해도 "공룡상목 용반목 수각아목"에서 한참 아래 자리 잡고 있으므로, 새는 공룡이다.  그래서 현생조류를 제외해야 할 때에 쓰이는 '비-조류 공룡(non-avian dinosaur)'나 '비 조류 수각류 공룡(non-avian theropod dinosaur)'라는 표현을 학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고생물학자 대부분이 현존하는 새를 코엘루로사우루스류의 수각류 공룡으로 취급한다. 2000년대에 와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룡연구 때문에 조류의 재분류작업은 당분간 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가 공룡이라는 계통발생학적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완전한 생물종의 분류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멸종된 생물집단들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한데, 그 모두는 서로간은 물론 현존하는 생명세계에까지 관련되어(11)"있기 때문이다.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지금 1만 종에 달하는 공룡을 지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데 멸종이라니.(끝)




수각류에서 현생조류에 이르는 분지도




<벨로키랍토르와 새>
*출처

1. Benton, Michael J. (2004). "Origin and relationships of Dinosauria". in Weishampel, David B.; Dodson, Peter; and Osmólska, Halszka (eds.). The Dinosauria (2nd ed.).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 7–19.
2. Olshevsky, G. (2000). "An annotated checklist of dinosaur species by continent." Mesozoic Meanderings, 3: 1–157
3. Turner, A.H.; Makovicky, P.J.; Norell, M.A. (2007). "Feather quill knobs in the dinosaur Velociraptor". Science 317 (5845): 1721.(링크)
4. Prum, R., and Brush, A.H. (2002). "The evolutionary origin and diversification of feathers". The Quarterly Review of Biology 77: 261–295.(링크)
5. Chen, P; Dong, Z and Zhen, S (1998). "An exceptionally well-preserved theropod dinosaur from the Yixian Formation of China". Nature 391 (8): 147-152.(링크)
6. Hou, L.-H.; Zhou, Z.; Martin, L.D. & Feduccia, A. (1995): A beaked bird from the Jurassic of China. Nature 377: 616-618.(링크)
7. Xu, X., Zhou, Z., and Wang, X. (2000). "The smallest known non-avian theropod dinosaur." Nature, 408 (December): 705-708.(링크)
8. Fucheng Zhang, Stuart L. Kearns, Patrick J. Orr, Michael J. Benton, Zhonghe Zhou, Diane Johnson, Xing Xu, and Xiaolin Wang. Fossilized melanosomes and the colour of Cretaceous dinosaurs and birds. Nature, 27 January 2010(링크)
9. Quanguo Li, Ke-Qin Gao, Jakob Vinther, Matthew D. Shawkey, Julia A. Clarke, Liliana D'alba, Qingjin Meng, Derek E. G. Briggs, Long Miao, Richard O. Prum. Plumage Color Patterns of an Extinct Dinosaur. Science, Online February 4, 2010 DOI: 10.1126/science.1186290 (크)
10. Padian, K. (1998) When is a bird is not a bird? Nature, 393: 729-730.(링크)
11. 에른스트 마이어(최재천외 옮김), 『이것이 생물학이다』, 몸과마음, 2002, 230쪽.